▲ 이명훈
예술공간 돈키호테
기획연구팀장
다양한 목적과 형태의 야간활동이 늘어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밤거리 환경과 경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시의 밤거리에는 다양한 형태의 인위적인 빛(조명)이 있다. 그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가로등, 보안등, 신호등과 같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빛이 있다. 간판이나 쇼윈도우, 네온사인, 전광판과 같은 광고를 위한 상업용 빛도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설치한 도시연출을 위한 빛이 있다. 경관 감상용 빛이다.

도시의 밤을 밝히는 이러한 빛은 제각각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빛을 자주 보게 된다. 어두워야 할 곳은 어둡게, 밝아야 할 곳은 밝게 만들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밝거나 어둠침침한 곳이 많다. 이런 환경에서는 야간활동에 적지 않은 불편함, 불쾌감,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 기능성 못지않게, 아름다운 조명에 끌리듯, 심미적인 빛도 필요하다. 이런 빛은 낮에는 눈에 잘 띠지 않았던 공간이나 건축물, 기념비 같은 문화재에도 사람의 시선을 끌게 할 수 있다.

순천 원도심의 밤은 대체로 어두운 편이다. 저녁 10시가 되면 마법처럼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데, 그 때문에 거리는 썰렁해진다. 상업용 빛이 사라지더라도 기본적으로 안전을 위한 빛과 도시연출의 빛이 남아야 하는데 그것이 있어야 할 곳에 없거나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분위기는 더욱 황량해진다. 순천시가 야간경관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야간경관은 안전하고(Safety), 쾌적하고(Amenity), 조화로움(Harmony)을 함께 고려해 조성해야 한다. 순천시가 새로운 밤의 도시문화, 건강한 밤문화를 창조하기 원한다면 야간활동에 필요한 밝기와 어두움의 조화로운 연출을 통해 사람들의 활동이나 흐름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밝기를 통해 변화나 활력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역으로 어둠과 그림자를 적절히 이용하여 조용함과 깊이를 연출하거나 디자인된 조명에 의해 도시의 매력과 감동을 제공한다면 세련된 밤의 문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죽도봉 팔각정(강남정)의 조명디자인이 바뀌고, 불을 밝히는 시간도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원도심의 랜드마크인 팔각정은 한 때 방치되다시피 했지만 2013년 순천만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조충훈 시장의 공약이었던 ‘봉화산둘레길’과 ‘청춘데크길’이 조성되면서 그 위상이나 인상이 확연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야간경관을 위한 조명연출이 시도되면서 순천시민에게 도심야경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수차례 조명디자인이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순천시가 야간경관에 대한 기본계획(개념)이나 가이드라인이 있는지, 있다면 그것을 잘 따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만큼 예산이 낭비되고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하면 더 불편하기 그지없다. 이런 사례는 비단 팔각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순천시는 조곡교, 사자분수, 동천빛축제, 심지어 안심마을만들기 시범사업 등 대부분의 야간경관사업에서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시민의 안전과 쾌적한 생활환경을 충족시키기 위한 기능적 측면뿐만 아니라 순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순천의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는 심미적 측면의 야간경관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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