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창
(주)오션연구소 소장(행정학 박사)
순천시는 대한민국 생태수도를 천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태 수도가 뭐죠? 생태 도시 중 가장 으뜸? 그럼 생태 도시는 뭐죠? 그래서 이 글을 통해 순천시가 ‘대한민국 생태 수도’라는 이름에 걸맞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생태 도시의 정의를 알려면 먼저 도시와 그 주변 지역과의 관계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약 일만 년 전 신석기시대 이후 인간이 한 곳에 정착해 살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도시는 주변 지역으로부터 물질과 에너지를 가져오고, 폐기물을 주변 지역에 배출하는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자기 공간에 있는 물질과 태양 에너지만으로 살아가고, 폐기물을 자기 공간 내에서 처리함으로써 에너지와 물질의 영구적인 순환 체계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지속가능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도시는 처음부터 지속가능하지 못한 공간의 전형이었습니다.

애초에 도시는 주변 지역을 착취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고, 지주가 소작농을 착취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고, 귀족이 노예를 착취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고, 선진국이 후진국을 착취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관계를 파악한 프랑스의 경제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은 도시가 주변 농지대와 숲을 착취하는 삼중 착취 구조 이론을 만들었으며, 이를 받아들인 왈러스타인(Wallerstein)은 이를 선진국-중진국-후진국의 세계체제론으로 발전시키게 됩니다.

여기서 첫 번째 종류의 생태 도시 개념이 나옵니다. 애초에 도시가 주변 지역을 착취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한 덜 착취하려고 노력하는 도시를 생태 도시라고 부르자고 전 세계 학자들이 제안하였습니다. 노력은 두 방향입니다. 주변으로부터 에너지와 물질을 덜 뺏어오기 위해 소비 자체를 줄이고, 주변에 폐기물을 덜 내보내기 위해 자원 재활용을 늘리는 것입니다. 100% 순수한 의미에서 에너지를 자립하고, 폐기물을 주변에 전혀 내보내지 않는 도시는 불가능하지만, 그렇게 되려고 노력이라도 한다면 생태도시라고 불러주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도시가 주변 지역에 대해 지는 에너지, 물질, 폐기물이라는 부담을 생태적 채무(ecological debt)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 종류의 생태 도시는 흔히 친환경 도시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것으로, 도시민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도시입니다. 전기자동차를 생각해보면 첫 번째 종류의 생태 도시와 차이점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에너지는 형태를 변환할 때마다 투입에너지의 20% 미만만 낼 수 있습니다. 전기자동차의 전기는 결국 석탄이나 석유 등으로 만들어내는데, 원래 에너지의 20% 밖에 힘을 내지 못합니다. 그러니, 에너지 효율성을 따진다면 휘발유 차가 전기차보다 5배나 더 친환경적입니다. 그런데도 전기차를 친환경차라고 부르는 이유는, 배기가스가 없기 때문입니다. 전기차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면서 나오는 배기가스는 도시가 아니라 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공기를 더럽히는 데 사용된 것이죠. 즉, 도시민에게 쾌적한 친환경도시는 오히려 생태적 채무가 보통 도시보다 더 많은, 반(反)생태 도시입니다.

  세 번째 종류의 생태 도시는 관광객을 더 많이 끌어오려고 자랑하는 도시입니다. 관광객을 더 많이 끌고 옴으로써 관광수입을 늘리기를 지향하는 도시입니다. 그런데, 관광객이 더 많이 오면 올수록 그 도시에서 사용하는 에너지가 더 많아지고, 그 도시에서 버려지는 폐기물이 많아집니다. 그뿐만 아니라 관광객이 자기 살던 도시에서 이 도시까지 오는 동안에 차를 타고 오면서 쓰는 에너지나 그 폐기물을 생각하면,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홍보하는 생태 도시는 지극히 반(反)생태적인 도시입니다.

그럼, 순천은 세 가지 중 어떤 종류의 생태 도시인가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이 세 가지 종류의 도시는 모두 현재 상태를 가지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 지향점을 가지고 평가합니다. 그러니, 질문을 바꿔 보죠.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의 시민은 순천을 어떤 종류의 생태 도시로 만들고 싶어 합니까? 주변 지역에 대한 생태적 채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도시를 만들고 싶습니까? 아니면, 폐기물을 주변 지역으로 몰아넣음으로써 도시민에게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도시를 만들고 싶습니까? 그도 아니면, 서울 사람들에게 자랑을 많이 해서 관광객이 많이 오는 도시를 만들고 싶습니까? 여러분은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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