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일)에 있었던 일이다. 팔마실내체육관에서 순천시의회 의장기 생활체육 배드민턴 대회가 열렸다. 3일과 4일 양일 동안 순천의 배드민턴 동호인 수 백 명이 참가하여 평소 쌓아온 기량을 선보였다. 

매일 정기적으로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필자도 지난 몇 년 동안 새벽에 배드민턴을 해 왔다. 일상생활에서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하려는 의도이기 때문에 대회에 출전하는 경우는 드문 일인데, 지난 4일에는 함께 출전하자는 선배의 요청을 받아들여 대회에 출전했다. 생활체육 배드민턴대회는 단식이 없고 복식만 진행하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로 구성된 혼합복식은 하루 전인 3일 치러졌고, 필자가 출전하는 남자 복식과 여자 복식 경기는 4일 하루 동안 수백명이 북적이는 팔마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되었다.

문제는 개막식이었다. 대회 전날부터 개막식이 시의회 사정으로 애초 계획보다 당겨졌다는 연락이 왔다. 대회 당일 오전 8시부터 경기가 시작되었는데, 9시를 넘기자 배드민턴연합회에서 개막식을 진행한다며 대회를 중단시키고, 행사장에 30개에 달하는 클럽별로 회원들을 모이게 했다. 

그리고 10시가 가까워지자 시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김병권 의장까지 행사장에 참석한 시의원만도 10명을 훌쩍 넘겼다. 체육관 바닥에 앉은 채 대기하던 배드민턴 동호회원들은 개막식이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애초 목적이었던 대회도 중단한 채 개막식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배드민턴 동호회원들과는 달리 시의회 의원들은 느긋하게 인사를 나누며 내빈석에서 악수하기에 바빴다. 개막식이 시작되자 개회선언과 함께 내빈 소개 시간에는 그 많은 시의원과 순천시 관계 공무원을 모두 소개했다. 내빈 소개가 끝나고 행사가 진행 중에도 내빈이 참석하면 소개를 빠뜨리지 않고 해 주었다. 주최 측인 김병권 의장이 대회사를 하는 동안 동호인들은 곳곳에서 “말 많으면 선거 때 표 안 나온다”고 수군거렸다. 어떤 사람은 “이 행사가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모르겠다”며 의원들을 겨냥해 “즈그들이 먼저 와서 기다려야지!”라고 힐난했다.

개막식이 진행되는 내내 개막식의 지루함은 의원들에 대한 비아냥으로 바뀌었다. 막판에 진행한 경품 추첨도 참석한 시의원 모두에게 추첨시간을 주느라 행사 진행을 지연시켰다.

보다 못한 동호회원들은 “돈 몇 푼이나 지원해준다고, 생색을 다 낸다”고 꼬집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동호회원들은 모두 참가비를 내고 대회에 출전한 것을 감안하면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과유불급,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고 했다. 이날 개막식을 시의회 사정 때문에 당겨 오전 10시부터 진행한 때문에 수 백 명의 배드민턴 동호인들은 개막식이 끝난 11시에 이른 점심을 먹고 대회를 재개해야 했다. 정말 시민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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