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황우
순천제일대학교 평생교육원장/공학박사
찌는 여름 긴 바지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거나, 회사에 가는 사람들에겐 DJ DOC의 'DOC와 춤을'의 가사 중 "반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라는 부분에 매우 공감 할 것이다. 

얼마 전, 평소 유난히 또래에 비해 땀을 많이 흘리는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교복이 너무 두껍고 통풍이 안되서 교복입기가 불편하다고 투덜대는 모습을 보았다. 더욱이 초등학교까지의 다양한 사복에 익숙한 ‘중 1’이니 만큼 교복의 불편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는 시기임을 감안할 때 한편으로 아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다. 그 후 아들의 아빠 모임에 갔을 때 교복의 불편함은 화제(話題)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요즘 우리나라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아열대의 기온을 보이고 있고, 특히 우리가 사는 순천지역은 중부지방에 비해 더욱 더 더위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더욱이 전력수급문제로 인한 정부의 에너지절약 정책과 이에 따른 교육청의 냉방온도의 제한(행정실 28도, 교실 26도 이상으로 제한) 규정으로 볼 때 이제 학생들의 입장에서 현 교복의 개선점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가 된 듯 하다.

교복의 효시는 영국의 명문사립인 ‘이튼스쿨’의 까만색 재킷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하얀색 칼라의 셔츠에 연미복 형태의 까만 재킷과 넥타이, 회색 줄무늬 바지, 재킷을 받친 조끼는 200년 이상 이어진 ‘이튼스쿨’의 상징이다. 그때의 교복은 절도와 품위, 그리고 예절의 상징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886년 이화학당 여학생들이 똑같이 입은 다홍치마가 시초다. 1896년 배재학당 학생들의 짧은 머리에 통일된 한복 교복은 1920년께부터 양복 차림으로 바뀌었다. 일제강점기에는 군복형 검정교복을 착용했고, 1969년 중학교 평준화조치로 중학생은 시·도별로 규격화했으며, 고등학생은 학교 재량에 맡겼지만 까만색 상·하의가 기본형이었다. 1983년 교복 자율화를 시행하였으나 ‘학생들이 분에 넘치는 복장을 함으로써 학부모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학생들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1986년 교복 자율화는 폐지되고, 학교장 재량으로 현재의 다양한 교복을 착용토록 했다. 결국 교복은 상징성의 의미가 강하고 기능성과 편리성은 약화된 측면이 강한 것이 현실인 셈이다.

현재 교복의 변화를 꾀하는 학교들이 있다. 서울목동 한가람고는 반바지로, 일산 대진고등학교는 반소매 티셔츠로, 군포 용호고는 반소매 티셔츠와 반바지로, 또한 통영 충무중학교도 올해부터  반바지 교복 차림으로 등교를 하고 있다. 이제 교복의 다양성은 학생들의 편리성을 넘어 기온 상승에 따른 환경적 요인, 에너지 정책과 맞물린 국가적인 요인으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이다. 교복의 다양성을 추구했던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부분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이는 편의성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교복이 가격면에서도 경제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엄격한 학교 규율의 상징인 교복도 이젠 변해야 한다. 교복은 학생이 입는다. 교복을 통해 학부모, 교사 그리고 사회가 얻고자 하는 생활지도적 욕구는 미용과 패션적 측면을 추구하는 학생의 욕구과 일면 상충하는 부분이 있으나 통풍, 땀 흡수,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한 교복으로서의 기능은 원초적이고 양보할 수 없는 교복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순천교육공동체시민회의’를 통해 정착된 순천지역의 ‘교복공동구매사업’은 이젠 기존 교복의 불편함을 없애고 학생들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생활복이나 반바지, 티셔츠, 반바지치마 등 교복의 다양성과 기능성 중심으로 고민의 초점을 옮겨야 할 때이고, 학교도 교복의 다변화로 학생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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