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저는 고3 여학생입니다. 제가 가진 문제는 다름이 아니라 거짓말하는 습관 때문입니다. 처음 보거나 몇 번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사람에게는 저도 모르게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커다란 것을 문제 삼아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도 아니고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거짓말은 시작됩니다. 결국에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알아차리고 이러한 저를 보면서 믿지 못할 사람으로, 불신하는 마음을 갖게 되지만 저 역시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고, 이런 저의 모습을 바라보기가 편치 않아요. 오래 만난 사람, 친한 사람에게는 이러지 않는데... 때로는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거짓말하는 그 순간만큼은 상상 속의 인물로 나를 꾸며서 내 앞의 사람들이 나를 대단하게 봐주길 바래요. 왠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기가 어려워요. 내 본래의 모습을 보게 되면 실망할 것 같고 그런 것들이 두려워 자꾸만 감추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제 곁엔  친구가 많지 않아요. 사람을 만나기가 이제는 두려워요. 또다시 거짓말하는 나의 모습에 실망하고 뒤돌아설까봐… 제가 왜 그런 걸까요.


이러면 어떨까요

살아가면서 한 번쯤 거짓말은 누구나 해보았을 것입니다. 때로는 그런 거짓말이 아주 사소하고 웃으면서 지나갈 수 있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타인에게 해를 주고 커다란 문제로 확대되는 거짓말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거짓말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각기 다른 얼굴만큼이나 다양합니다. 거짓말하는 습관이 다분히 의도적이고 시간상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된 것 같군요. 이로 인해서 스스로도 많이 힘들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더 집착함으로써 느끼는 고통과 죄책감 또한 크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양심을 거스르는 일, 나에게 아무런 유익도 되지 않는 이러한 일에 왜 자신이 그토록 힘들어하는지 그 원인을 생각해 본다면 이로 인한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대개 우리가 거짓말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즉 자신을 보호하려는 의도에서일 것입니다. 물론 이와 반대로 즉, 다른 사람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서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방어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지금 지니고 있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보이기를 바랍니다. 조금 더 많이 아는 사람, 조금 더 많이 가진 사람으로 조금 더 포장되어서 남들에게 더 많이 주목받고 싶고 그 속에서 나름대로 만족감을 얻기를 기대합니다. 이러한 사람의 자연스러운 소망은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포장은 포장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 안에 소중히 담겨야할 내용 없이 겉으로만 그럴듯한 포장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며, 설령 그 누군가가 겉모습에 호감을 느끼고 다가선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그 비워진 모습에 실망하고 돌아서게 됩니다.

자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언제까지나 힘들게 감추고 탄로가 날까 봐 항시 염려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본인 역시 피곤한 일이며, 이를 지켜보는 주위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안타까운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가 왜 두려운 것인지 이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어쩌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개방할 수 있다면 굳이 이렇게 감정을 소모해 가며 자신을 감출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면 다른 사람들이 실망할 거라는 걱정도 본인 스스로 만들어 낸 하나의 합리적이지 못한 신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리 가정하고 섣불리 판단하기에 앞서 자신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나름대로 판단을 내려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나에게는 분명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장점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점들 보다는 취약한 부분, 단점들을 너무 크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이러한 마음이라면 그 누구도 본인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갖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무엇보다 나에 대한 이해와 내가 가진 모든 부분에 대해 왜곡됨 없이 있는 그대로를 인정할 수 있을 때 상대방 역시 이러한 나의 모습에 대해 인간적인 매력과 진실한 마음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을 개방하는 연습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더군다나 오랜 시간 자신만의 습관에 익숙해서 더욱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습관으로 인해 힘들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면 자신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기 바랍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힘든 만큼 되돌아오는 노력의 결과는 자신에게 더욱 많은 용기로 힘이 되어 주리라 생각합니다.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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