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학섭
대대교회 목사
10여 년 전 동경국제대학 수학과 스즈끼 교수와 함께 우리 지역을 함께 살핀 적이 있다. 그의 삶은 청빈 그 자체다. 결혼식 때 맞춘 옷을 60이 넘을 때까지 입고 계셨다. 그분은 자가용 차량이 없다. 교통수단은 걷는 것이다. 어쩌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엔 버스를 이용하지만, 이마저 아내의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탄다고 했다. 자녀들에게도 용돈을 주지 않고 한 달 분의 버스비를 미리 주고 대신 걸어 다녀서 남은 돈을 용돈으로 삼게 한다. 이유는 한 가지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 때문이다. 새 옷을 사 입지 않으면 옷 만들어 파는 사람 모두 굶어 죽겠다고 했더니 그 분 대답은 더욱 감동이다. ‘공장을 돌려 일자리를 만들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돈을 적게 벌더라도 하나님이 만든 창조세계를 깨끗하게 지키는 것이 우선적인 일이라’고 답을 하였다. 환경의식이 마음과 뼈 속까지 새겨져 있었다.

지난 8월 14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었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무료로 해줘 역대 고속도로 통행량 중 두 번째로 많은 518만 대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주행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내어 지갑을 열게 하려는 의도였다. 환경보호의 차원에서 보면 통행료를 무료로 하여 많은 차량을 움직이도록 한 것은 최악의 정책이다. 그 동안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라’, ‘카풀을 해라’는 등의 홍보와 관공서 주차장마다 홀수 짝수일 두고 차량 운행을 억제해 오던 정책을 모두 무효로 돌리는 일이었다. 환경단체들이 에너지를 아끼고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서 몸부림을 쳐 온 수고도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이러한 세태는 생태수도를 자임하는 우리 순천의 역할이 무엇인지 더욱 중요하게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다. 다른 지자체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환경 파괴와 오염이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 여기며 큰 공장들을 유치하는데, 생태수도 순천은 달라야 한다. 생태수도 순천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따르면 안 된다. 순천시는 공장을 유치할 게 아니라 이미 설치된 공장을 철저히 감독하여 오염원을 방지해야 한다.

생태수도 순천은 시대적 사명이 분명해졌다. 지금 우리나라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은 오염에서 자유로운 곳이 없다. 며칠 전 조간신문의 기사에 “강은 녹조, 바다는 적조”라고 적혀 있었다. 해가 갈수록 오염은 심각해져가고 있다. 환경은 어찌 되든 공장을 더 많이 세우고 소비를 더 많이 하게 하는 것이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다. 작은 순천이 이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럴지라도 생태수도 순천 시민이라면 한 바가지라도 깨끗한 물을 강물에 붓는 마음이 필요하다. 작은 도시 순천이 대한민국의 운명까지 좌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방문객들에게 자연생태를 잘 지켜내는 모습을 보여주어 다른 지자체들에게 선한 자극제가 되어야 한다. 그것만으로 우리 순천시민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지금은 생태수도라는 말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머지않아 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 인간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파괴하면서도 자신과 자신의 가족은 쾌적한 환경을 추구하려는 뻔뻔함이 있다. 순천에 많은 방문객이 늘어가는 것은 사람이 근본적으로 깨끗한 환경을 원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순천이 순천만과 정원이 있다고 저절로 생태수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순천시민의 변화된 의식이 필요하다. 생태수도 시민다운 환경의식이 몸에 베어나야 한다. 내 집에서 밖으로 흘러 보내는 하수부터 점검해야 한다. 차량 운행도 시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억제하고 이미 만들어 놓은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움직이는 시민이 많아져야 한다. 부자 도시보다 깨끗한 생태도시를 더 가치 있게 여기는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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