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는 그 자체로 말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견을 담고 있는 경우가 있다. 어떤 단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미 말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도가 담겨 있다는 말이다. 80년 5월의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어떤 이는 광주폭동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광주민중항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규제 개혁이라는 말도 그렇다. 규제 개혁이라는 말 자체가 갖는 의미가 ‘넘지 못하게 막고 있는 제한을 새롭게 뜯어 고친다’는 말로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규제 개혁이 반드시 좋은 것일까? 이해관계자에 따라서는 규제개혁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장치를 해제하여 무한경쟁, 약육강식의 세계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미덕으로 삼아 왔던 자본주의가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더니, 급기야는 승자독식의 사회를 만들어 이제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는 규제개혁의 바람이 순천에도 영향을 미칠 듯  하다. 각종 개발 제한 행위를 완화하기 위해 순천시가 도시계획조례 개정에 나선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계속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각종 규제 개혁정책은 수도권의 개발제한 지역에 대한 개발 규제를 완화하여 수도권 소재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는 대신 수도권 안에서 공장을 확장할 수 있게 돕거나 수도권 안에서의 이전을 돕는다는 이유로 지방의 반발을 키웠다.

그런데 그 규제 개혁정책이 각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순천시가 이번에 개정하려는 도시계획조례안을 보면 생산녹지나 자연녹지, 생산관리지역에 있는 공장의 건폐율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보전녹지와 자연녹지, 생산녹지를 개발할 때 용적률도 완화해 주겠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산이나 농경지 등에 건물을 지을 때도 건물의 면적을 더 넓게, 건물의 층수를 더 높게 지을 수 있도록 해 주려는 것이다. 

물론 땅을 갖고 있는 사람은 순천시의 도시계획조례 개정으로 개발 규제가 풀리면 당장 개발이 쉬워져 땅값이 오르거나 자신이 직접 공장을 짓거나 건물을 올릴 수 있는 잇점이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자연환경 보전의 보루 역할을 담당해야 할 산이나 식량생산 기반인 농경지가 대부분 개발되게 되면, 그 이후에 닥칠 문제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막막하다.

실제 순천시의 2015년 7월 말 인구통계 자료를 보면 1990년 대 중반에 개발된 연향동과 같은 신도심에서도 도심 공동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수요가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되고 있는 도시개발은 도시 관리비용만 키워 순천시의 재정운용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산이나 농경지를 가리지 않고 계속되는 무분별한 개발은 결국 자연생태계에도 큰 부담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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