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일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지난 호에서 우리는 곡물이 고기로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식량위기라는 두려움 앞에서 인류는 떨고 있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무지와 무관심이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류가 생산하는 곡물의 50%를 가축이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안 순간 저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큰 충격을 느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에는 수억명의 인간이 굶주리고 있으며 하루 4만5천명(연간 1천 6백만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데 단지 고기를 먹기 위해서 인류가 생산한 곡물의 반을 가축에게 주는 모순때문이었죠. 어쩌면 인류가 정말 필요로 하는 영양분외에 육류섭취를 줄인다면 식량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으며 오히려 이런 모순을 재생산하고 심지어 일반 대중에게 당연한 것으로 만드는 집단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소위 말하는 카길을 비롯한 대여섯 개의 곡물메이저회사는 어느 국가, 어느 기업보다도 많은 수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려 전 지구를 손바닥 보듯이 들여다보면서 전 세계의 곡물작황뿐만이 아니라 국가단위보다 더 작은 지역까지도 꼼꼼히 체크하여 곡물의 매점매석을 일삼고 있습니다. 인류의 목숨이 그 대여섯 개의 곡물메이저회사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실정입니다.

그런데 그런 어마어마한 위험과 위기 앞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이란 진화론적 반응양식인 ‘공격’이나 ‘도주’가 아닌 오직 ‘죽은 척하기’뿐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더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진실을 마주하기가 두려워 외면하는 단계까지 가버린 것은 아닌지요? 그래서 두려운 미래를 우리의 머릿속에서 감추기 위해 ‘죽은 척하기’로 버티는 것은 아닌지요?

세계의 석학들은 물론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녹색평론의 김종철 선생님은 화석연료의 종말과 함께 거대한 문명의 변동이 뒤따를 것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태양에너지에 대한 의존, 독립적인 지역경제, 새로운 인프라 체제, 전 지구적인 생태농업 등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것이죠.

바로 이러한 대변혁의 시대에 우리는 언론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설립한 언론협동조합은 ‘죽은 척하기’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활동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언론협동조합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관점 속에서 한국사회의 위기 속에 희망 가득한 변화의 요소들이 감추어져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지금부터 우리가 말하는 ‘협동’은 기존의 ‘협동’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 경제, 교육, 의료, 농업 등 모든 부문에서 발생하는 왜곡과 모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협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협동’의 정의를 스콧 니어링(1883년 미국의 탄광도시에서 태어나 1983년 100세가 되던 해 스스로 곡기를 끊고 평화롭게 눈을 감은 평화주의자, 채식주의자, 사회주의자)선생의 말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협동을 사회적 사고와 행동의 중심에 두고 경쟁을 효과적인 협동을 위한 하나의 하위개념으로 보는 정책의 급반전 없이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