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adavil 100f oil on canvas

“심해어의 고독한 밤”
인간은 외롭고 고독한 존재다. 샤르트르가 인간은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라고 했던 이유도 존재론적으로 인간은 고독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천명귀 작품은 고독의 문제를 형상화했다. 작품 속 인물의 고독은 현대인으로 지난한 삶의 길을 걸으면서 느끼는 고독과 사랑의 상처 뒤에 오는 고독이 뒤섞인 채 나타난다. 캄캄해야할 밤임에도 불구하고 불빛들로 인해 밝은 밤하늘과 수많은 도시의 현란한 불빛이 정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남자의 음울하고 슬픈 고독 때문이다. 남자는 도시에서 스스로 소외된 자, 스스로 고독의 성을 쌓고 있는 자, 스스로 심해에서 자신의 심연을 향해 눈을 부릅 뜬 심해어가 된 자이다. 어둠의 옷을 입은 남자의 뒷모습은 수많은 불빛들을 조망하는 고독한 자이다.

고독이 때로는 불안한 이유는 자아와 세계가 단절된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랑이 하나의 사건이라면 사랑의 상처로 인한 고독도 특별한 사건에 의해서 깨어진다. 사랑은 하나 됨이다. 천명귀 그림에 유일하게 남녀가 마주보고 서로를 애무하는 그림은 고독을 야기 시킨 원인을 말해주는 동시에 고독의 벽을 허무는 방법을 제시한다. 생에 대한 애착이나 사랑에 대한 애착은 인간을 절망과 슬픔에 빠뜨리기도 하고 인간을 고독하게도 만든다. 그러나 고독은 인간을 성장시킨다. 고독한 만큼 내면의  깊이를 더 하는 게 인간이다.
진정한 고독을 거치지 않고는 진정한 소통도 어렵다. 자신의 심연에서 고독하게 자아와 세계를 성찰한 사람이야말로 깊이가 있고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독을 극복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더 진정성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요컨대 천명귀 작품에 나타난 고독은 군중 속의 고독이든 사랑의 상처로 인한 고독이든 결국 인간이 극복하고 나아가야 하는 것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석연경
시인 / 문학평론가
 

 



천명귀

순천청년작가회 회원
개인전1회 2013년 수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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