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해
사랑어린학교 교장
아빠. 지난 밤 꿈을 꾸었어요.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 헤매는 꿈이었는데, 꿈 이야기를 말씀드리자면 이렇답니다.

길을 걷는데, 신고 있는 신발이 내 신발이 아닌 거예요. 슬리퍼를 신고 있는 겁니다. 어디선가 신발을 바꿔 신은 것이죠.

얼마나 정신이 없으면 이렇게 사나 싶어 꿈속에서도 서글펐어요. 내가 신은 신발과 비슷한 모양도 아닌 전혀 다른 신발, 슬리퍼를 신은 채 그렇게 한참을 쏘다녔으니... 곧바로 신발을 찾아 나섰어요.

어디에서 잃어버렸을까 기억을 되살리며. 아무개와 함께 밥을 먹었던 허름한 초가집에 가보았습니다. 문을 열고 안을 살피니 할아버지 할머니 내외분이 뒷마무리를 하고 계시더군요. 할머니께 신발을 찾으러 왔다고 말씀드리니 나를 헛간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부대자루를 가져오셔서 몇 켤레의 신발을 꺼내 주시는데 내 신발은 없었어요. 민망하기도 하고... 그냥 내 발에 맞는 신발을 신어야겠다 싶어 신을 고르는데, 할머니께서 혼자말로 “저기 저 부대자루에도 신발이 가득한데...” 그러시는 거예요. 할머니께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큰 부대자루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렇게 꿈을 꾸다 깨어났어요.

아빠. 꿈보다 해몽이라 하셨지요? 어떤 사건을 경험하느냐보다 그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것이라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꿈이 자꾸 생각나는 거예요. 그래서 나름대로 해몽을 했습니다. 꿈을 주신 당신께 여쭈어보며.

그 뜻은 이러했어요. ‘나는 나를 잃어버렸구나!’ 그러니까 꿈속에서 잃어버린 신발은 바로 나였습니다. 신발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나를 잃어버린 것이며, 나를 잃어버린 채 나를 살고 있다고, 꿈을 통해 당신이 말씀해 주신 거예요. 그렇다면 아빠,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를 찾는 길은 없을까요? 곰곰이 생각하며 묵상을 했습니다. 그때 내 몸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말씀 한 마디가 있었어요. “찾으려 하지 마라, 너는 내 안에 있다”

그래요, 나는 더 이상 나(당신)를 찾지 않을래요.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당신(가슴)이 들려주시는 말씀으로 사는 것이 나의 모든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그저 나는 나를 잃어버린 채 살고 있고, 나는 당신 안에 있다는 진실만을 알 뿐. 젖 뗀 아이 그의 엄마 품에 있음 같이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처럼 고요하고 평온하기를 바랍니다. 나는 나를 알 수 없어요.

아빠, 꿈에서 본 큰 부대자루에 가득 들어있는 신발이 떠오릅니다. 그 신발의 주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요? 꿈속 할머니께서 부대자루를 가리키며 애잔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셨던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아, 주님.
왜 그러시는가?

그냥요, 그냥 한번 불러봤어요.
싱거운 사람!
고맙네.

[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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