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卍)자 모양의 선착장 끝에서 바라본 와온마을 전경

누운 해가 따뜻해서 와온인가?

와온마을은 순천만 동쪽 끝에 위치한 갯마을로 앵무산 줄기와 바다가 만나는 긴 해안선을 따라 형성돼 있다. 동쪽으로는 여수 율촌면이 가깝고 남쪽으로는 여자만 일대와 고흥반도와 접하고 있다. 이곳에서 순천만 남도삼백리길이 시작된다.

마을 이름은 원래 양지바른 곳에 산이 누워있는 형상이라고 해 ‘눈데미(누운 곳)’라 불렀는데 이를 한자로 와온(臥溫)이라 표기한 것으로 향토지는 추측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와온은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다.

서남쪽 솔섬 너머로 해가 누우면 바다는 황금빛으로 물들고 마을 앞 갯벌은 구릿빛이 된다. 

황금빛 바다 중간 중간에 멈춘 듯 떠 있는 새고막 잡이 어선들은 어딘지 낭만을 자극한다.  누운 해의 기운이 물량장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갯마을 아낙들에게 이르면 와온의 일몰은 그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무척 은근하고 따듯하다.

와온마을 청년회는 한 해의 마지막 날 선착장 입구 물량장에서 달집을 태우며 해넘이 축제를 연다. 마을과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갯벌과 바다의 와온에 감사하며...   

갯벌과 바다만 있으면 충분해 

와온마을은 마을 끝에서 끝까지 직선으로 4km나 되는 큰 마을이다. 4개 반 140여 가구가 갯벌과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신맹철(49세) 이장은 “농어촌 마을 가운데 유일하게 주민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곳이다”면서 “시즌에는 해룡면소재지보다 유동 인구수가 많다”고 뿌듯해 하듯 말했다.

그 만큼 와온은 경관도 공기도 사람살기도 좋은 곳이란 얘기다.

신 이장의 자랑대로 주민들 대부분은 좋은 환경 속에서 갯벌과 바다에서 나온 수확물로 비교적 풍요롭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현재 102가구로 구성된 어촌계에서 163ha의 어업권을 갖고 있다. 이중 50ha는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어촌계원 수에 비례해서 사용하고 있다. 

▲ 작은 어선들이 솔섬 너머에서 큰 어선이 실어 올 어획물을 기대하며 밀물 때를 기다리고 있다.

어민들은 바다에서는 새고막을 양식하고 갯벌에서는 정치망과 통발, 자망을 설치해서 칠게와 낙지, 전어, 짱둥어 등을 수작업으로 잡아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풍요로운 어촌마을이지만 기초수급 가구가 7가구다. 그 중에는 바다에서 일을 하다 몸을 다친 주민도 있고 고막사업을 하다 망한 주민도 있다. 

배를 부리기에 나이가 많은 노인들과 아낙들은 주로 물량장에서 그물을 손질한다. 농사를 짓는 것보다는 일도 수월하고 수입도 좋다. 다만 누구나 하기에는 약간의 기술이 요구된다.

또 주민들 가운데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옥민박을 운영하기도 하고 횟집식당을 하기도 한다. 선착장 앞에는 구멍가게도 하나 있다. 한옥민박은 17채고 횟집식당은 ‘나폴리’를 포함해 3집이다.     

하는 일이 뭐든 주민들 모두 갯벌과 바다에 직‧간접적으로 의존하며 살고 있다.

주민들은 “어찌됐던 갯벌과 바다만 있으면 충분하다”면서 마을 서쪽 번잡한 해안을 못마땅해 했다.   

관광객 보다는 주민이 우선 

와온마을 서쪽해변에는 공연무대와 전망대까지 갖춘 테마공원이 있고 우드데크를 깐 남도삼백리길도 있다. ‘나폴리’라는 선박 모형의 식당도 있다. 모두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해수부와 순천시 등이 축조한 것들이다. 주민들과는 거리가 멀다.

신 이장은 “이왕 만들어진 시설을 외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아무렇게나 버리고 가는 쓰레기 등은 골칫거리다”고 말했다.

교회나 직장에서 단체로 놀러와 확성기를 사용해 소음을 일으키고 깨진 병과 먹다 남은 음식물 등 온갖 쓰레기를 그대로 버려두고 간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밭에 들어가 농작물을 무단 채취하는가 하면 밭두렁에 비료를 쌓아 뒀다고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또 마을회관에 딸린 야외 화장실을 더럽혀 놓기 일쑤다.  

무엇보다 물때에 맞춰 밤중에 혹은 새벽에 바다에 나가야 하는 어민들이 무분별한 관광객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현재 공원 쓰레기는 주민들의 힘으로 감당하지 못해 시와 협의 끝에 자원순환과에서 처리하고 있고 마을회관 야외 화장실은 잠정적으로 폐쇄했다. 

신 이장은 “전기와 물 사용료는 물론이고 토지 사용료까지 주민들이 감당하고 있는데 관광객 뒤처리까지 할 수는 없어 잠정적으로 화장실을 폐쇄했다”면서 “관광객 유치도 좋지만 주민들의 생활을 우선 고려하는 행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마을회관에 딸린 화장실을 폐쇄했다. 이용은 관광객들이 하고 물과 전기, 토지 사용료는 주민들이 부담해오고 있다.

취임 5개월을 맞은 신 이장은 현재 관광객들에게 내준 서쪽해변을 주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다방면으로 고심하고 있다.

▲ 취임 5개월을 맞이한 와온마을 신맹철 이장.

그는 “테마공원을 야외 결혼식장으로 활용하면 어떨까요? 주민과 친척은 무료로 하고…”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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