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진
똑소리닷컴 운영자
전남 동부권 국회의원과 시장을 보면 윤홍길의 ‘완장’이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저수지 양어장을 관리하는 관리인이다. 하지만 완장을 차는 순간 완전히 달라진다. 낚시질을 하는 남녀에게 기합을 주고, 고기를 잡던 초등학교 동창과 아들까지 폭행한다. 재미를 붙인 그는 읍내에 나갈 때도 완장을 두르고 활보한다. 급기야는 자신을 고용한 사장 일행의 낚시질까지 금지한다. 그 사건 이후 해고를 당했어도 저수지를 지키는 일에 몰두하지만 완장의 위력은 엉뚱하게도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저수지의 물을 빼면서 날아가 버린다.

완장을 차면 사람이 달라진다. 과거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를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가 없는데…. 선거에서 떨어지면 완장은 그날로 끝장이다. 그런데도 정신 못 차리고 있어서 안타깝다. 

야당 최고위원인 지역 국회의원이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다. 자신이 마치 호남을 대표하는 것처럼 착각을 하고, 무능한 정권의 무책임한 정치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야당 국회의원의 신분은 망각한다. 종편의 먹잇감으로 좋은 당 내분을 촉발시키는 뉴스거리를 연일 만들고 있다. 오죽하면 동료 최고위원으로부터 “사퇴 공갈하지 마라”는 치욕적인 발언을 들었을까?

이것을 부끄러워하기보다 호남 민심 운운하면서 단골 메뉴인 호남 소외를 들먹인다. 당장이라도 호남 신당을 창당할 것 같은 분위기를 보면 ‘신호남패권주의’가 연상된다. 이 모든 것이 당선 호남 의원들의 내년 총선 공천 확보 포석으로 보일 뿐이다. 그는 이미 두 차례나 국회의원직 사퇴 배수진을 치면서 도지사 경선에 출마했다. 진정으로 호남을 걱정하면 불출마 선언을 하거나 수도권 출마를 선언해야 하는 것이 순서이다.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여당 국회의원도 최고위원이 되었다. 그가 호남 유일의 여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유가 상대 당과 후보가 미워서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나 더 있다면 대통령을 측근에서 모셨기에 호남 차별 정권에서 조금이라도 예산 지원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기대였다. 그러나 그가 호언장담했던 순천대 의대 유치는 물 건너 간 것 같다. 다른 국회의원들에 비해 헌신적이고 파괴적인 지역구 활동, 인근 지역까지 챙기는 모습은 소리 없는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법과 국회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보았듯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지역민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과 활동으로 그를 선택한 유권자를 부끄럽게 하고 있다.

직전 야당 원내대표인 국회의원은 또 어떠한가? 각종 비리 백화점으로 국무총리에서 사퇴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 눈물 흘린 것을 본 순간 지역민들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 정도 감각이 없는 그가 과연 여당과 협상을 제대로 하였을 지 의심스럽다.

무소속 시장이면서도 두 번이나 전국기초단체장협의회장을 맡은 것은 개인적 역량을 높이 산 것 같다. 대통령 초청 청와대 모임에서 뜬금없이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는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을 TV에서 보고 실망감이 컸다. 변질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개정과 무책임한 메르스 대책, 국회법 개정 거부에서 보여준 대통령에게 국민은 없고, 고집과 불통만 있는 무능한 독재자인데도 위로와 칭찬을 늘어놓는 모습에서 비위가 확 상하였다.

새누리당이면서도 호남에서 지지를 받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소신있는 행동과 발언에서, 그의 정치적 소신과 철학이 화제이다. 지자체가 부도 위기에 처할 정도로 빚더미에 앉은 성남시를 4년 동안 노력해서 건전한 재정 상태로 돌려놓고, 메르스 사태와 세월호, 복지정책에서도 소신껏 행정을 펼친 이재명 시장을 보고서 성남시민이 부러웠다. 이 두 사람은 어느 새 새로운 대선주자로 등장하였다. 똑같은 완장을 찼으면서도 이렇게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온 것은 근본적 가치와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호남인이라도 너희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그들을 향해 당신이 찬 완장으로 따끔한 맛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시민 생활정치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사는 지역의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나라 정치도 희망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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