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방학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그동안 학교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쉬어야 할 시기이다. 그러나 지금도 고등학생들은 매일 등교를 하고 있다. 중학생들과 초등학생들도 학교는 가지 않지만 학원에 얽매여 있다. 방학은 있으나마나다. 서열화된 대학과 학벌사회로 인해 우리의 청소년들은 장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저당잡힌 채 방학마저 빼앗기고 문제집과 씨름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지난 7월 22일부터 시작된 ‘2013 교육혁명 대장정’은 이렇게 왜곡된 교육현실을 고치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하였다.

7월 30일까지 8박9일 일정으로 진행된 대장정은 올해로 3년째이다. 올해 대장정은 서울, 춘천, 목포, 창원에서 출발하여 네 갈래의 경로를 따라 7월 30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하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내가 속한 서남팀 중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사람은 교사 2명, 중학교 2학년 1명, 대학생 1명, 학부모 2명이었다. 우리는 목포-무안-함평-나주-광주-장성-정읍-김제-전주-군산-익산-논산-계룡-대전-세종시를 행진하며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과 나아갈 길을 제시하였다.

각 지역마다 많게는 50여명, 적게는 10여명의 지역민들이 함께 걸으며 토론을 하고 해결책을 공유하며, 그 결과는 지역민들에게 홍보하였다. 특히 전남 지역의 경우 ‘작은 학교 살리기, 학교 통폐합 반대’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였다. 전남에서 작은학교 통폐합이 가장 먼저 추진되고 있는 장성지역에서 지역민에 대한 홍보활동을 많이 하였다. 시골에 학교가 사라지면 젊은층이 사라지고 지역 문화가 사라진다는 점에 대부분 지역민들이 동의하였다. 그렇지만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관망하는 분들이 더 많았다. ‘작은 학교 살리기’는 작은학교를 통폐합하여 큰 학교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장만채 교육감이 알았으면 한다.

 
전북지역에 가니 작은 학교 통폐합이 아니라 6명, 12명의 학교들에 예산을 투여하니 교사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오히려 학생들이 늘어가는 학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전남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 작은학교와 농어촌이 함께 살아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교육혁명 대장정에서 전체적으로 주장하였던 것은 크게 4가지였다. 먼저 현재의 진행되고 있는 자사고, 국제중, 국제고 등 특권학교를 폐지하여 교육 공공성을 지키자는 것이다.  둘째, 현재의 경쟁입시를 폐지하고 대학을 평준화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을 줄이자는 것이다. 셋째는 대학등록금을 폐지하여 대학교육를 국가가 책임지자는 것이다. 넷째는 학교 비정규직을 철폐하자는 것이다. 이미 유럽을 비롯한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검증한 내용들이다.

우리나라 헌법에 제일 먼저 나오는 조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것이다. 민주 공화국이란 국민이 주인이 되어 모두가 함께 사는 나라를 말한다. 교육제도에서부터 경쟁을 부추겨 서로를 밟고 올라가는 정글의 법칙을 가르치는 것은 옳지 않다. 경쟁보다 협력을 통하여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교육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교육을 부모의 능력에 맡겨 두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을 지는 국가와 사회의 책무성이 강조돼야 한다. 잘하는 아이보다 못하는 아이에게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한 명이 백 명을 먹여 살리는 것보다 백 명이 함께 도우며 사는 길을 가르쳐야 한다.,

8박9일 동안 흘린 땀방울 하나하나가 밀알이 되어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새로운 교육 페러다임을 만드는 계기가 마련되기는 기대해 본다.

신선식
순천연향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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