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
지난 6월 21일 TV뉴스로 전해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기요금 바겐세일’ 소식에 귀를 의심했다. 전기요금을 깎아 준다고 하는 줄 알았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 모든 국민에게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었다. 가정용 평균 전력 사용량이 251Kwh(전기요금 3만 3920원 해당)이므로 이번 바겐세일 대상은 월 사용량 301~600 Kwh로, 전체 가구의 29.9%에 불과하였다.

이는 전기를 과소비할 여력이 있는 중상류층더러 올해 여름에 전기요금 아끼지 말고 에어콘도 많이 쓰고 전기를 펑펑 쓰게 해서 여름철 피크타임의 전기사용량을 대폭 늘리려는 꼼수에 불과한 정책이다. 초등학교 환경교육에서도 전기를 절약하도록 가르치는데, 정부가 나서서 전기 과소비를 부추기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2014년 1월에 확정한 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의 핵심인 에너지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으로 에너지 과소비를 완화하고, 기업의 에너지 자급을 통해 분산형 에너지체제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일시에 뒤집어 버린 꼼수이다.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7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 16위, 국민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OECD 국가 중 6위이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반도체와 철강 제조 등 에너지 과소비형 구조를 갖고 있어 총 에너지 소비의 53%를 산업 부분에서 사용하고 있어, 산업 구조 개편과 병행되어야 하는 산업부문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과감하게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6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배출 전망치 대비 37%로 확정하였고 이 계획을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고 한다. 감축 목표치 37% 중 1/3에 해당하는 11.3%의 감축목표량은 해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거래량을 사들여 충당하겠다고 한다. 즉 국내에서는 온실가스를 25.7%만 감축하겠다는 꼼수를 또 드러낸 것이다. 이는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한 인류 공동의 국제사회 의무를 위해 우리가 감축해야 하는 분량을 해외에서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 대비 30%까지 감축하겠다고 약속한 목표치도 뒤집어 버린 것이다. 또 산업계의 감축 목표는 배출전망치 대비 12% 이내로 결정했다고 한다. 결국 온실가스 감축은 발전과 수송 부분에서 진행될 것이다.

그런데 온실가스 37% 감축을 위해 제시한 방향이 원전 추가 건설이다. 물론 설계 수명이 종료된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와 폐로 결정은 환영한다. 그런데 환영받아야하는 폐로 결정조차도 정치적인 결정으로서 또 다른 형태의 꼼수로 여겨지는 분위기이다.

이 모든 것이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명분을 쌓기 위한 작업으로써 여름철 피크 타임 전력 수요량을 대폭 늘리고, 원전 1기를 폐기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원전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는 분위기 조성이며, 꼼수로 해석되고 있다.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이미 400ppm에 이르고 있으며, 여름철 기온은 최고 온도를 계속 갱신하고 있다. 세계가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한반도에서도 가뭄이 빈번하다. 북극과 남극, 알프스 산맥의 빙하 면적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기후 이변은 이미 우리가 늘 겪는 현상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원자력 발전에서 도피처를 구할 수는 없다. 마치 여우를 피해서 호랑이를 만나는 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후꾸시마 사태에서 원자력이 주는 재앙을 목격했다.

빌 게이츠가 말하기를 IT 혁명 이후의 시대는 에너지 혁명의 시대라고 한다. 그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수조 원을 투자하면서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이 앞으로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IT 혁명보다 향 후 50년 이내에 에너지가 삶의 형태와 사회구조를 더 크게 바꿀 것이다. 

순천시는 에너지 자립도시를 지향한다고 선포한 바 있다. 지역의 친환경 에너지 확대 노력을 뿌리째 흔드는 중앙정부의 에너지 꼼수가 안타깝다. 이 꼼수는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은 통하지 않게 될 것이다. 올 12월에 열리는 기후변화 회의에서 우리의 기후변화 대응 계획이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 되는 망신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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