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일본에 있는 전통마을 ‘시라카와’를 다녀온 적이 있다. 이 마을은 일본 기후현에 있는 전통마을이다. 개발이 한창일 때 ‘시라카와’는 지리적으로나 교통편이 좋지 않아 개발에서 소외되었다. 다른 지역은 모두 개발되어 주민의 삶과 생활양식이 바뀌어 현대화되었지만 ‘시라카와’는 개발에서 소외된 탓에 옛 전통가옥과 생활양식을 그대로 보전하고 있었다. 시대가 바뀐 지금 ‘시라카와’는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마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갓쇼즈쿠리(합장가옥)가 집단을 이루며, 전통생활 방식을 유지해 온 탓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마을을 떠났던 청년이 돌아오는 마을이 되었다.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던 MB의 계획이 국민의 반대여론에 밀려 4대강으로 바뀌어 지난 정권에서 급하게 추진되었다. MB정권 당시 4대강 사업이 한창일 때는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 금강유역, 영산강유역에 막대한 개발자금이 쏟아질 것을 예상하며 부러워했던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불과 몇 년 만에 4대강 사업이 홍수나 가뭄을 예방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녹조라떼'로 상징화 되는 대표적인 환경 파괴사업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지역에 있는 섬진강이 4대강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순천에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천이 있다. 한 때 동천 둔치에 난 도로로 차가 다니고, 오염된 수질로 갈수기 때 악취가 진동했지만, 생태하천으로 복원한 지금은 순천의 대표적인 친환경 공간이자 주민 쉼터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순천을 찾은 관광객 중 도심 한가운데로 흐르는 친환경 공간, 동천이 있는 순천을 부러워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하천은 산이나 들에서 모여든 물이 흐르는 공간으로 홍수나 가뭄을 예방하는 기능이 무엇보다 크겠지만, 이제는 아름다운 경관과 휴식 공간의 기능, 그리고 생물다양성을 잘 보전한 생태공간으로의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하천관리 기준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순천시 황전면사무소가 지난 6월 섬진강 하천유역에 자연적으로 조성된 수풀을 인위적으로 제거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농촌지역 하천보다 홍수 관리기능이 더 큰 도심 내 하천도 자연형하천으로 조성한다며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수질정화기능이 있는 식물을 식재하고, 경관을 관리하고, 생물종다양성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 동천을 비롯해 옥천과 석현천, 해룡천, 이사천 등이 그 예이다. 그러다 보니 순천시내에 있는 도심 하천과 시 외곽에 있는 섬진강 관리 방식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하천 준설 등 합리적인 하천 관리 기준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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