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가 순천문화예술재단을 설립하려다 제동이 걸렸다. 지난 6월 11일(목) 막을 내린 순천시의회가 추경안을 심의하면서 재단 출연금 2억 원과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재단을 설립하려면 사람이 있어야 하고, 돈도 있어야 하는데, 돈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애초 순천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 설립은 지난 2012년 4월 보궐선거에 출마한 조충훈 시장의 공약이었다. 그런데 추진 과정은 지지부진했다. 재단 설립이 필요한 지 전문기관의 용역을 발주하려다 용역과제심의위원회에서 ‘보류’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용역과제심의위원회는 재단을 설립하려면 10년 동안 1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기금이 필요하고, 운영 예산도 매년 수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원 확보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지역 문화예술 진흥업무를 담당하는 순천문화원과의 업무 중복 등을 걱정하며, 순천문화원 정상화가 먼저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외에도 문화예술재단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관계자들은 문화예술재단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예술재단의 정체성 확립과 지방자치단체로부터의 독립성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업무를 재단이 위탁 운영하다가 자칫 지역문화예술계의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이다.
그런데 2014년 7월 조충훈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순천문화예술재단 설립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설립 타당성 용역은 생략한 채 올 1월에 순천시 문화예술과에 재단 설립을 위한 TF팀을 구성하고, 2월에는 설립추진위원회도 구성하였다. 2월에는 시민설명회를 열었고, 4월에는 시민토론회도 열었다.

순천시는 이어 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에 2억 원의 출연금을 요청했는데, 순천시의회가 관련예산을 삭감하였다. 조례도 제정하기 전에 재단을 설립하는 것도 동의할 수 없고, 재단 설립을 위한 공감대도 부족하다는 이유이다. 특히 막대한 예산을 들인 순천문화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순천문화원과 업무가 비슷한 문화예술재단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또 설립하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시의원도 있다.   

순천시 계획에 따르면 재단은 향후 5년 동안 61억 원의 예산을 들여 상근직원 25명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재단은 설립 초기에 순천의 문화예술정책 개발과 문화예술분야 교육을 담당하지만 2단계에서는 갈대축제와 낙안민속축제, 동물영화제 등의 축제를 위탁 운영하고, 3단계에서는 순천시의 예산을 지원받아 지역 문화예술단체 지원업무까지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향후 순천시 박물관이나 문화예술회관 위탁 운영도 검토 대상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문화예술재단이 누구를 위해 필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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