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진
똑소리닷컴 운영자
‘국립보건의료대학’과 ‘의과대학’은 어떻게 다를까?

새누리당 순천·곡성 이정현 의원은 순천대 의대 유치를 대표 공약으로 2014년 보궐선거에 당선되었다. 호남 유일의 새누리당 의원으로 당선되어 전국적으로 크게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의대 신설을 반대하는 의료계까지 이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 홍보수석을 지낸 실세라는 점 때문에 의대 유치 공약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까지 하였다.

후보 시절 순천대 의대를 유치하면 순천의료원을 최대한 리모델링해 즉시 부속병원으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체적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유치되지 못할 경우를 고려하였는지 서울대 의대 교수들과 서울대 순천병원 설립 논의와 다른 의대 분원 설치를 발표하였다.

1년이 지난 5월 이 의원은 시민들에게 생소한 ‘국립보건의료대학’을 들고 나왔다. 의료 취약지에 부족한 공공 의료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순천대 의대 유치가 실패했음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법안을 제시하기 전에 먼저 시민들에게 유치 실패를 사과하는 것이 순서이다.

지금은 단순히 법안을 발의한 것에 지나지 않은 상황인데 마치 당장에 ‘국립보건의료대학’을 설치하는 것처럼 홍보하였다. 18대 국회 법안 심의 결과를 보면 의원과 위원회가 발의를 한 안건은 1만 2220건이고, 56%인 6822건만 심의했다. 나머지는 자동 폐기되었다. 국회가 심의한 안건 중에서도 불과 1663건만 의결되었다.

얼마 남지 않은 19대 국회 임기 중에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누구나 개그 ‘도진개진’처럼 ‘국립보건의료대학’과 ‘의과대학’이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에 의대 신입생 모집 확대를 반대하는 의료계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의식 있는 시민들도 내년 4월로 다가온 20대 총선을 앞두고, 이정현 의원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한 면피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여수에서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호남패권주의를 내세워 안정적인 공천권을 확보하려는 다선 국회의원들에게 불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 같은 의견에 다선 국회의원이 되면 지역의 큰 인물이 되고, 지역 현안 사업도 잘 챙길 것이라는 반론이 있다. 박근혜 정권의 실세인 이정현 의원도 어려운 지역 현안 사업을 다선 국회의원이 된다고 해결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오죽했으면 여수에서는 현재의 국회의원 2석을 1석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국회의원이 많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많지 않은 인구에 국회의원이 두 명 되면서 지방의원이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나뉘어 갈등이 끊이지 않고, 책임 정치가 실종되었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첨예한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의전 행사에만 쫓아다니면서 4년 내내 선거운동만 한다.       

지난 4월 여수·순천·광양 국회의원들이 시장들과 함께 지역 공동사업 추진을 약속하였다. 이순신대교의 국도 승격과 전라선 고속전철화 사업, 현 정부 공약사업인 동서통합지대 조속이행 등 지역구를 떠나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혹시나 이것도 선거를 앞둔 과시용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19대 총선을 앞둔 2011년 8월 당시 순천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을 비롯하여 민주당 출신 여수 김성곤·주승용 의원, 광양 우윤근 의원 등이 국회에서 만나 ‘왜성전투 역사공원 조성’과 관련해 ‘여수 장도’를 역사공원 유적지로 추진하는데 합의하였다. 그 이후 어떻게 추진되었는지 알려진 것이 없다. 지금 전남 동부권은 다선 의원, 다수 의원보다 진정으로 시민과 함께 일할 진짜 국회의원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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