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잇따라 조계산의 선암사 부지에 건립한 순천시의 전통야생차체험관을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조계종 선암사가 순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철거 소송에 대해 1심 재판부가 2014년 4월 4일 ‘철거하라’고 판결한 이후 지난 6월 3일에는 2심 재판부도 역시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의 밑바탕에는 선암사를 둘러싼 조계종과 태고종의 오랜 재산권 분쟁에서 기인한다. 조계산과 선암사 일대의 땅에 대한 법적인 소유권(등기부등본상의 소유자)은 조계종 선암사에 있지만 실제 점유자는 태고종 선암사가 행하고 있는 오랜 갈등에서 출발한 것이다. 실제 선암사가 소유하고 있는 땅은 조계산 외에도 승주와 주암 등 곳곳에 산재해 있다고 한다. 선암사가 소유한 이들 땅은 건물을 지으려거나 매각하는 등 재산권을 행사하려면 제동이 걸린다. 주지한 것처럼 법적 소유권자와 점유자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실제 재산권 행사를 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순천시는 이처럼 법적 분쟁을 겪고 있는 선암사 부지에 야생차 체험관을 건립했다. 건축허가를 받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건축허가를 받으려면 건축하려는 땅을 소유하고 있거나 법적 소유주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순천시는 야생차 체험관 부지의 법적 소유권자인 조계종 선암사의 동의는 받지 않고, 점유자인 태고종 선암사의 동의를 받아 건축을 했다. 만약 야생차 체험관 건축허가 신청자(관광진흥과)가 순천시가 아니었다면 순천시(허가민원과)가 허가했을 지도 의문이다.

야생차 체험관은 선암사의 전통 야생차를 매개로 다도체험과 교육, 숙박을 함께 할 수 있는 시설이다. 순천시가 2007년까지 44억 원을 들여 건립했고, 2007년 10월에 문을 연 이후 현재까지 순천시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야생차 체험관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철거 결정을 내리면서 순천시도 비상이 걸렸다. 순천시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하지만, 대법원에서 결정이 뒤집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남는 것은 순천시의 부실한 행정업무로 44억 원이나 들여 건립한 야생차 체험관을 철거해야 하느냐의 문제이다. 물론 신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멀쩡한 건물을 철거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야생차 체험관의 운영 주체가 바뀌거나 예산 낭비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같은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1998년부터 정책(사업)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책실명제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한 담당자와 참여자의 실명과 의견을 기록해 관리함으로써 담당 공무원의 업무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따라서 순천시도 대법원 확정판결 결과에 따라 당시 야생차 체험관 건립업무를 담당했던 정책 결정권자와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이 같은 사례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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