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일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전두환 독재시절로 정확치는 않지만 1984년인가 1985년쯤으로 기억합니다. 어쩐 일로 남북한은 서로의 빗장을 풀고 교류와 협력을 천명하였고, 이에 남쪽 당국자와 기자들이 평양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기자들이 탑승한 버스의 북한쪽 여성안내원이 들판의 옥수수밭을 가리키며 “저거이 고기야요!” 하며 웃음을 지었고 이것을 놓칠 리 없는 한 신문사의 기자는 북한에 얼마나 먹을 것이 없으면 옥수수를 보고 고기라 했겠냐며 사회면에 대문짝만하게 기사를 실었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눈치를 채셨겠지만 북한쪽 여성안내원의 말은 옥수수가 사료의 중요한 원료이므로 우리는 자급자족의 방식으로 직접 옥수수를 재배하여 가축을 기르고 있다는 일종의 자랑이었고 반대로 남쪽은 대부분의 사료원료를 수입하지 않느냐는 힐책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무식한건지 의도적인 것인지 남측기자는 어떻게 옥수수가 고기냐며 북한의 빈궁함을 공격한 것이지요.

당시 학생이었던 저는 그 기자의 무식함과 논리적 비약에 화가 날 지경이었지만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기자가 오히려 의도적으로 왜곡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앞서는군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먹는 육류는 또 다른 곡물일 뿐입니다. 소고기 1kg은 곡물 7kg, 돼지고기 1kg은 곡물 3kg, 닭고기 1kg은 곡물 1.5kg과 맞바꾼 것입니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이 지구상의 인류가 해마다 생산하는 곡물 중 50%를 우리가 기르는 가축이 먹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육류 소비량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육류소비량은 43kg입니다.(2012년 통계) 이 43kg안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육류 외에 미국산 소고기, 브라질산 닭고기, 네덜란드산 돼지고기 등 우리가 수입하는 모든 육류가 포함된 수치입니다.

미국의 육류소비량은 얼마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미국의 연간 1인당 육류소비량은 100kg을 넘습니다. 그 결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비만인구가 많은 일등국가(?)가 되었고 전체인구 중 고도비만이 1/3에 이르는 지경에 이르러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이처럼 육류소비량은 미국처럼 1인당 100kg이 넘어간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과도한 육류소비량은 비만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낳을 뿐입니다. 따라서 한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육류소비량 또한 관리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전세계의 식량위기는 이제 현실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조사자료에 의하면 10년 단위의 곡물파동이 이제는 2~3년 단위로 그 주기가 급격히 짧아졌으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여러 문제 중 핵심의제로 떠오른 것입니다.

식량자급률 22.6%의 대한민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그 위급함과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좀 더 냉철하게 자신을 평가하지 않으면 세계의 식량위기라는 풍랑 속에서 나뭇잎처럼 떠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조금 무거운 주제였습니다만 그래도 질문하나는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독자여러분!

여러분은 오늘 몇kg 곡물을 섭취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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