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배
광양시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사과’에 대해 생각해 본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있었던 노건호 씨의 인사말을 두고 종편의 야단법석이 계기였다. 사과란, ‘내 잘못이나 실수로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는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한다. 가해자의 실수와 용서를 이어주는 다리라고도 한다. 사과는 우선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최대한 피해 보상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진정한 사과란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 고뇌하는 것이지만, 거짓 사과는 죄의 실체가 드러날까 고뇌(?)하는 것 아닐까.

개인적으로 5공화국 전두환의 사과가 대표적인 거짓 사과 사례라고 생각한다. 용서란 모든 것을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미움을 버리되 잊지는 않음으로써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다. 특히 역사적인 일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얼마 전,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전직 대통령 아들 노건호 씨의 인사말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선거에 이기려고 국가기밀문서를 읊어대고… 아무 말 없이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뵙는 것 같습니다”라는 말이 왜 이토록 논란거리가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돌아가신 전직 대통령을 이용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리고 국가기밀을 선거에 이용하는 것도 잘못이다. 찌라시에서 내용을 봤다고 하는 거짓말도 잘못이다. 전직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왜곡한 것이 잘못이고,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 오히려 집권당 대표로 대한민국을 활보하며 통합을 이야기한다. 국체를 소중히 여겨 줄 것과 힘없는 국민의 피눈물을 생각해서 대국적인 정치를 주문한 것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인가?

최근 광양에서는 한 노동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불법해고라는 법의 판단으로 복직하였으나 회사는 현장에 근무했던 그를 인터넷도 되지 않는 사무실에 혼자 두고 CCTV로 감시했다고 한다. 그 고통이야 당해보지 않고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겠지만 아마 감옥보다 더했을 것이다. 그 회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가 회장으로 있는 EG테크라는 회사이다. 2015년을 살고 있는 우리 옆에서 일어난 일이다. 유족과 대책위는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회사 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고 있다. 과연 진심 어린 사과와 보상이 이뤄지고, 유족의 용서가 가능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또 하나, 광복 70주년이 되는 올해, 일본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과 과거 회귀 움직임을 보면서 독일과 일본의 모습이 대비된다.

지난 3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일본 방문 자리에서 “진정한 사과 없이는 주변국가와 화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본과 함께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 독일은 어느 나라도 더 이상 요청하지 않는 사과를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다. 그것은 세계를 향한 동시에 독일 자신의 아들딸들을 상대로 하는 세계평화와 재발방지에 대한 다짐과 약속이다. 사과라는 말이 패자의 언어가 아닌 리더의 언어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 정권의 사과조차도 백지화하고 있다. 아니 일본 자신이 피해자라며, 더 강한(?)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 아베 정권의 퇴행적 역사 인식에 세계의 양심들이 일어섰다. 세계 저명 역사학자 187명의 서명으로 촉발된 집단성명이 지역과 전공을 넘어 확산되어 불과 2주 만에 456명으로 불어났다. 아베 정권의 용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용서나 화해란 요원해 보인다. 

전직 대통령의 추도식장에서 있었던 일을 보며 사과와 용서를 생각해 본다. 혹시 일본처럼 우리도 우리의 잘못에 대해 눈 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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