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
외국 기자들이 한국 주재 특파원으로 나오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만큼 기사거리도 많고, 재미있는 나라가 전 세계에 흔치 않다는 것이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이던 조선이 일제 강점시기와 6.25 전쟁을 겪고 폐허에서 산업 성장과 민주주의 성장을 이만큼 이루어 낸 나라가 세계에서 보기 드물 정도이다. 한국이 만들어 낸 스마트폰, TV, 자동차를 보면서 신생국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 전략을 벤치마킹 하려고 한다. 서울 명동의 거리와 백화점은 중국인과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 걷기 힘들 정도이며, 한국 화장품은 세계 곳곳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이처럼 한류라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세계에 퍼뜨린 나라가 얼마나 있겠는가.

영화 『국제시장』에서 6.25 전쟁으로 월남한 주인공이 베트남전쟁과 독일 광부 등으로 해외까지 나가서 돈을 벌면서 가족을 부양하였다. 특히 베트남에서 철수할 때 한 베트남 아이를 구하다가 다리 한쪽을 다치고, 전쟁 때 헤어졌던 여동생을 찾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장을 헤매다가 결국 해외 입양 되었던 동생을 찾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경찰이 말리는 상황에서도 갱도에 갇힌 광부들을 동료들이 들어가 구해온다. 주인공의 마지막 독백이 인상적이다. “이 정도면 잘 산 것 아닌가. 정말 힘들었다.”

죽을힘을 다해 살았던 그 투지와 역동성이 이제 한국의 더 큰 변화와 혁신에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한국 사회는 어느덧 갈등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사회가 되었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서 합의를 도출해가는 과정이 실종 되어 있다. 정말 죽을힘을 다해 자신의 모든 투지와 근성을 발휘하여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사회가 되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온갖 권모술수가 만연하고, 싸움에 이기기 위해 조작과 변조도 스스럼없이 진행한다. 죽기 살기로 싸우다가도 필요하면 거짓 웃음도 쉽게 만들어 낸다. 웃다가고 곧 죽일 듯이 덤벼들어 싸운다.

올 4월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2014년도 평가 자료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적 효율성은 총 143개국에서 82위이며, 새로운 법체계를 도입하거나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의 효율성은 113위로서 2013년보다 101위보다 12단계나 떨어졌다. 갈등 해결은 세계 최하위인 셈이다.

세월호 참사로 295명의 사망자와 9명의 실종자가 발생하였고, 사고 후 1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조사위원회가 아직도 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며, 1주년 추모식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캡사이신 물대포 세례를 받아 고통을 겪었던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일베가 만들어 내는 몇 가지 내용은 섬뜩한 것도 있다.

원박, 탈박, 친박, 비박의 박타령 분석이 신문기사로 실리고 있고, 오래전부터 친노, 비노, 친김, 동교동 등 계파 이야기로 온통 나라가 시끄럽다. 사회적 갈등을 풀어주고 다수가 동의하거나 합리적인 내용으로 개선을 위해 합의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담당하는 것이 정치이다. 그래서 대의 정치를 통해 다수를 대변해줄 수 있는 정치인을 뽑고 국민이 그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정치권이 만들어 주는 그 증폭된 갈등으로 국민들의 마음은 더욱 강팍해진다. 국민들은 개인적인 불안감과 사회적 불안감으로 희망을 찾아내기가 어렵다. 청년 실업으로 대학을 졸업해도 독립하기가 어렵고, 사랑을 찾아 인생을 설계하기도 어렵고,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기도 어렵다.

세상은 사물인터넷, 만물인터넷, 무인자동차, 드론, 3D 프린터 등 새로운 기술과 제품들을 하루가 다르게 쏟아내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신기술 무대에서 명함 내기도 어렵다.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리가 곧 뒤쳐질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만 난무하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중국이 더욱 다양한 채널로 대화하고 있어서 한국이 고립될 것 같아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한국외교는 잘하고 있다고 큰소리만 친다.

우리의 10년, 20년 이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안하기만 할 뿐이다. 정치권이 바뀌지 않으면 국민은 희망을 찾을 수가 없다. 역동적인 한국을 위해 정치권의 개혁이 정말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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