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해
사랑어린학교 교장
세상이 어지럽다. 말을 하자니까 그렇다는 것이지 세상이 뭐 어지럽겠는가. 사람 사는 꼴을 바라보는 내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그래, 세상사 언제 편안한 날 있었나 싶다. 하지만 행복한 삶을 누리며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가 엄연히 있으니, 이왕 사는 인생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왜 사람들은 대개 힘들어 하며 살까 질문 해본다. 도대체 왜 그렇게 살까, 세끼 밥 못 먹고 사는 것도 아닌데…
사람 사는 모습을 가만히 들어다본다. 정신없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하고, 어떤 것을 다음에 해야 할 지 생각하지 않고 막 산다. 앞뒤를 모른다. 그러니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이 제대로 될 리 없고 삶은 즐거움이 없다. 생각 없이 살면서, 일하는 법(法)을 배울 마음조차 내지 않는다. 기이한 일이다. 사람 살아가는 또 다른 한 모습을 본다. 마치 뿌리 없는 나무처럼 삶이 메마르다. 보이는 꽃은 화려한데… 무슨 말이냐 하면, 아는 것도 좀 있고 돈 꽤나 지니고 있는데 정작 무엇이 더 소중한지를 모르고 산다는 것. 만사를 돈으로 환산하고 돈이 벌리는 일이라면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서슴치 않는다는 말이다. 마치 돈에 걸신들린 사람처럼. 돈 앞에서는 머리 숙이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평생을 그렇게 산다. 그런데 어찌 그 삶에 영혼이 살아 숨쉬겠으며 정신이 깃들 틈이 있겠는가. 그러면서 마냥 좋다고 히히닥거리며 끼리끼리 산다. 그러다가 자기 기분에 맞지 않으면 너하고 내가 언제 친했냐는 듯 서로 아웅다웅 거린다. 의식 수준으로 보자면 딱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 같다. 사람이 제 정신을 갖고 살기 힘든 나라다. 참으로 불쌍한 인생살이다. 이 일을 어쩌란 말인가.
큰 배움의 길이라 알려진 대학(大學)의 한 구절에서 한 길을 본다. “물(物)에는 뿌리(本)와 가지(末)가 있고, 일(事)에는 끝(終)과 처음(始)이 있으니 그 본을 알고 그 선·후를 가릴 줄 알면 근원적인 도(道), 하느님께 가깝다(物有本末 事有終始 知所先後 則近道矣.)”

세상이 거꾸로요 사람이 거꾸로 서 있다. 앞뒤가 바뀌어 산다. 돌아가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두발로 땅을 딛고 살아야 한다. 다른 길이 없잖은가. 나의 스승이기도 하신 주님의 말씀이다. “내가 진정으로 말하는데, 살기 위해서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실까, 몸에는 무엇을 걸칠까, 이런 걱정은 하지 마시오. 삶이 음식보다 값지고 몸이 옷보다 값지지 않소?… 공중 나는 새들을 보시오… 저 들판의 나리꽃이 어떻게 피어나는지 보시오. 온갖 호사를 누린 솔로몬도 저 나리꽃 한 송이만큼 화려하게 차려입지 못하였소. 어째서 믿음이 그토록 약한 거요?… 그대들한테 무엇이 필요한지를 하늘 아버지께서 다 알고 계시오. 먼저 하느님나라와 그분의 올바른 길을 찾도록 하시오. 그러면 다른 모든 것을 덤으로 얻게 될 것이오. 부디 내일 일을 당겨서 걱정하지 말고, 내일 일은 내일에 맡기시오. 하루의 괴로움은 그날 하루 겪은 것으로 충분하오.”

이토록 간절하면서 친절하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늘 우리 곁에 계시는데, 어쩌다 우리는 이 지경까지 와버렸을까? 문득 한 생각이 든다. 행복이란 이런 우리네 모습을 꿰뚫어 보는 것에서, 이런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곳 바로 거기에서 꽃피어난다는 생각이. 슬픔을 겪어보지 않고는 기쁨을 제대로 알 수 없고, 어두움을 경험해보지 않고는 빛의 고마움을 알 수 없는 노릇. 불행을 혹독하게 겪은 뒤에야 참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게 인생의 참맛 아닌가. 나또한 그렇게 살아왔으니 이렇게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 다만, 쓰라린 아픔과 고통 그리고 삶의 어두움을 겪은 뒤라도 제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할 뿐이다. 이웃의 아픔에 함께하고 슬퍼하는 이들의 손을 맞잡고 이 길을 걸어갈 뿐. 행복이란 어디로부터 오는 게 아니다. 누가 나에게 주는 것 또한 결코 아니다. 이제 그만이다. 하늘을 원망하거나 사람 탓 하며 인생 허비하는 일.

하는 일 잠시 멈추고 하늘 한 번 바라보자. 어떠한가? 어느 날 문득 지는 해를 함께 바라보는 그날이 오면 참 좋겠다. 오, 아름다운 세상.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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