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여수YMCA 사무총장
지역 숙제가 된 여수세계박람회장 사후활용 문제가 기어이 청산 쪽으로 정리되는 모양이다.  위원장인 국무총리가 공석임에도 부위원장인 해수부장관이 여수세계박람회 사후활용 정부지원위원회를 주재해 서둘러 사후활용 변경안을 확정한다는 것이다. 

여수박람회 사후활용의 핵심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여수박람회 본연의 주제와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바다와 연안, 기후변화의 해법제시를 여수선언과 여수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인이 함께 구현하기로 한 것이 여수박람회의 핵심가치이다.
둘째, 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박람회장 조성을 위한 정부 선투자금 3846억 원을 회수할 것이 아니라 재투자해야한다. 이를 주제구현을 위한 해양체험 등 공공시설로 활용한다면 몇 배의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셋째, 박람회장 사후활용과 박근혜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동서통합지대 조성계획을 연계해야한다. 전남 동부와 경남 서부를 ‘동서연계형 문화관광지대’로 조성하는 데 2020년까지 총사업비 8660억(국비 3820억 원, 지방비 2750억 원, 민자 2090억 원)을 투여하겠다는 이 사업은 2년 연속 국가예산이 세워지지 않아 실현 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역대 정부의 남해안시대, 남해안균형발전, 남해안선벨트에 이어 동서통합지대 역시 선거용 구호에 그친다면 소외된 남해안의 허탈감은 분노로 바뀔 것이다. 정부재정이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미 조성되어 있는 여수박람회장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왜 굳이 헐값에 팔아치우려는지 알 수 없다.

넷째, 폭증하는 중국관광객 수용정책에 여수박람회장을 활용해야 한다. 제주와 부산에 몰린 중국 관광객 때문에 해당지역은 몸살을 앓고 있다. 크루즈항만, 마리나 시설, 면세점이 이들 수용의 기본시설이라면 여수박람회 개최 기본계획에 포함되어있던 것들이다. 계획대로 시행해 관광객 분산효과를 내야한다. 그래야 국가적으로는 더 많은 중국 관광객을 수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여수박람회장은 3개월 전시행사 치르고 난 후 치워야 할 애물단지가 아니라 유형무형의 가치와 쓸모가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땡처리’하려고 세 차례나 좌판을 벌였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자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용역까지 맡기더니 기껏 내린 결론이  장기 임대, 그것도 10년 후에 다시 매각한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지원회의에서 이대로 결정된다면 이제 여수세계박람회는 임대기간으로 설정된 10여년에 걸쳐 시나브로 잊혀갈 일만 남았다. 그리고 여수박람회의 유치 목표 두 가지, 즉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남해안시대를 여는 마중물, 21세기 해양시대를 맞아 3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마중물을 그 누구도 아닌 정부 스스로 하수구에 버리는 꼴이 된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와 2013년 순천정원박람회를 기점으로 전남 동부권은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다. 주말이면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막히고 숙박시설과 식당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즐거운 비명은 언제든 괴로운 비명으로 바뀔 수 있다. 관광객 수용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넘치기만 해서는 곧 외면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수박람회장을 본래의 조성 목적대로 잘 활용한다면 전남 동부권을 중심으로 남해안해양관광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 펼쳐져 세계적인 지역으로 설 것이다. 이 점을 정부지원위원회가 똑바로 인식하고 어떤 결정이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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