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서도 지역의 주민들과 의료인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만든 협동조합 병원이 지난 11일(월)부터 문을 열고 본격적인 진료에 들어갔다. 2년이 넘는 준비 기간을 거쳐 문을 연 ‘순천생협의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순천생협의원은 광주‧전남 최초의 협동조합 병원으로 조합원인 주민과 의료진이 병원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에도 참여한다. 조합원은 병원의 주인이자 환자인 셈이다.  

이 같은 협동조합 병원은 의료기관의 민영화와 영리추구로 인한 의료의 과잉과 과소, 환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에 따른 차별, 취약 계층의 의료적 소외 현상 등에 맞서 환자의 건강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의료의 공공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민간 차원의 시도다.

‘우리가족 주치의’를 기치로 내세운 순천생협의원은 현재 두 명의 내‧외과 전문의를 원장으로 의료진을 구성하고 내과, 외과, 가정의학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물리치료와 건강검증을 병행하고 있다. 향후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라 치과와 한의원 등으로 진료과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내·외과 등 5개과를 설치하고 진료와 치료에 나선 순천생협의원 의료진

▲ 순천생협의원 원장으로 취임한 박인근 외과 전문의
충남대 의대를 졸업한 뒤 순천의료원장을 역임하고 이번에 순천생협의원 원장으로 취임한 외과 전문의 박인근 원장은 “의사의 일방적 진료가 아닌 환자와의 충분한 소통을 기반으로 환자 중심의 그리고 예방 중심의 주치의 의료체계를 만들어갈 예정이다”며 “순천생협의원이 지역민의 건강을 한 가족처럼 잘 알고 돌보는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이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또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성가롤로병원과 순천의료원 내과 과장을 역임한 내과 전문의 임준영 원장은 “아직은 시작 단계라 환자들을 모두 순천생협의원의 조합원으로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생협의원은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할 것이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남교오거리 제일신협 건물 3층에 330m² 규모로 운영을 시작한 순천생협의원은 지역 주민이 주인인 협동조합 병원답게 겉모습부터 문턱을 낮췄다.

연두색과 보라색 등 다채로운 색상과 목재를 이용한 편안한 공간 구성으로 백색 위주의 병원 건물이 주는 위화감을 없앴다. 대기실 벽면에는 ‘환자의 권리장전’이 붙어있고 한편에는 세미나실을 겸한 카페도 마련되어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순천생협의원 설립을 추진해 온 구영주 정무이사는 “환자들이 병원을 친근하고 편안한 사랑방으로 여길 수 있도록 인테리어와 조명, 이동경로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면서 “향후 병원 내 카페 등을 이용해 주민들과 의료진이 함께하는 건강 교육 등 다양한 소모임을 통해 순천생협의원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의료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치료 중심의 현재의 의료체계를 공동 주치의 개념을 도입한 예방 중심의 의료체계로 전환하면 일상적인 건강관리가 이뤄져 의료비 절감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순천생협의원은 수익금의 1%를 기금으로 조성해 지역의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복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지난 3월 순천시지역아동센터연합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두 원장이 아이들의 주치의 역할을 담당키로 했다.   

현재 순천생협의원에는 순천과 인근지역 주민 450여 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있는데, 주민 누구나 출자금 5만 원 이상을 내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나머지 가족도 조합원 자격으로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조합원 가입문의: 061-725-3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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