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종삼
순천시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1947년 남미 볼리비아의 주석 광산지역에서 ‘광부들의 라디오’가 탄생했다. 파업기간 중 광부들과 가족, 소규모 공동체가 소식을 주고받으며 생계문제 등을 다뤘던 이 방송을 오늘날 공영방송이나 상업방송에 속하지 않고, 제3의 방송영역으로 분류되는 공동체라디오의 시초로 본다.

현재 세계 100여 개 국에서 1만개 이상이 활동 중인 공동체라디오는 소유와 운영의 비영리를 원칙으로, 공동체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봉사로 운영된다. 아울러 주류 미디어에서 소외된 계층에게 방송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해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지역의 정보와 인물, 문화, 이슈 등을 다루어 공동체의 변화와 발전에 공헌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공동체라디오는 남미에서는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의 방송이었고, 북미에서는 사회적 억압에 항거하는 다양한 집단의 자기표현 수단이었다. 불법적인 해적방송에서 출발한 유럽에서는 주류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미디어로 활약 중이며, 아프리카에서는 높은 문맹률 때문에 인쇄매체에 접근하기 어려운 민중들의 미디어로 자리잡고 있다. 공동체라디오가 활발한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 공동체라디오를 도입했고, 일본에서는 한신 대지진 이후 재난방송으로서 역할이 대두되며 지자체 출자를 통한 민영방송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공동체라디오가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발전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답보상태이다. 2004년 시범사업자 선정과 2009년 정규사업으로 전환된 후 7개 방송국의 허가를 끝으로 성장이 멈춰버린 한국의 공동체 라디오. 1W라는 미약한 출력과 공적 지원의 중단으로 고사 직전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더구나 수많은 최첨단 미디어가 우리의 눈과 귀를 자극하고,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개인미디어가 그 위력을 더해가는 시대에 공동체라디오는 한물간 올드미디어로 치부되며 사회적 관심마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최첨단 미디어와 달리 공동체라디오는 오히려 그 단순함과 쉬운 접근성 때문에 공동체미디어에 가장 적합한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일을 하거나 운전 중, 혹은 공부를 하면서도 단지 라디오를 켜는 것만으로 지역의 관심사를 접할 수 있고, 공동체 구성원 누구나 전문적인 교육이나 기술 없이도 손쉽게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소출력이란 태생적 한계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접목되면서 부분적으로 그 한계를 벗어나는 방법이 마련됐다. TV에 비해 저렴한 제작비와 간편한 제작시스템, 원활한 쌍방향 의사소통 구조, 인간미 묻어나는 아나로그적 감성은 이 매체가 지닌 매력이다. 특히 지역소식을 담당하는 지역방송국의 위기와 광역권 통합 움직임으로 공공영역에서 공동체라디오의 필요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2013년 4월 20일 지역 공동체라디오를 지향하며 첫 전파를 쏘아 올렸던 순천만FM이 올해로 3년이 된다. ‘함께하는 방송 소통의 메아리’라는 기치아래 그동안 150여 명의 시민활동가가 주말 황금시간을 할애해 자원봉사로 참여하였다. 이제 그간의 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지역에서도 공동체라디오 설립 준비를 본격화 할 시점이 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비록 현재는 공동체라디오의 신규 허가가 사실상 막혀있고,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요원하지만, 지난 2년간 순천만FM에 모여진 열의와 성과를 감안할 때 이 도전이 결코 헛된 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희망을 품어본다. 무엇보다 이 무모한 도전을 통해 참여와 소통을 이끌어내는 플랫폼으로써, 구성원과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촉매제로써, 무너진 공동체를 복원하고 공동체적 가치를 구현하는 매개체로써,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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