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근혜
더드림실버타운 대표
최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무엇이 진정한 복지인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모든 정치인의 공약에는 복지부분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입만 열면 복지다. 복지(福祉, welfare)란 건강과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사회복지학에서는 높은 삶의 질이 보장되는 것을 뜻한다. 복지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주창한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베버리지일 것이다. 1942년 주창한 이 법안의 내용은 현대 영국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이 됐고, 국민이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시행되고 있다. 그들을 보며 우리들은 꿈꾸어 왔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살기 좋은 나라를...

몇 년 전의 일이다. 무연고자로 가족과 집이 없이 병원을 옮겨 다니던 남자 한 명(65세)이 시설에 입소했다. 그는 뇌졸중을 앓고 난 뒤 편마비가 와서 왼손과 왼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였는데, 연세가 아직 많지 않아 인지는 매우 정확했다. 매일 사무실에 들려 나와 이야기를 나누다 가곤 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이고 장애 1등급이었기 때문에 매월 수급비와 장애연금 등이 통장으로 입금되었지만, 본인이 쓸 수 있는 대부분의 돈을 로또 사는데 썼다. 매주 로또 추첨일이 되면 기대가 가득한 눈빛으로 TV앞에 앉아 있다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눈으로 한숨을 쉬곤 했다. 나는 그를 ‘꿈님’이라 불렀다. 그는 한 이틀 시름에 빠져 있다가도 상기된 얼굴로 사무실에 찾아와 “이번에 로또 1등 상금이 50억이야. 몇 주간 1등이 나오지 않았거든. 이번엔 분명 내가 1등이 될 것 같아. 어제 꾼 꿈이 1등 꿈이 분명해. 어떤 꿈이었냐면 말이야....” 하며 또 다시 꿈 속으로 빠져들곤 하였다.

통장 잔고가 바닥나면 결국 5만 원만, 10만 원만 빌려달라고 했다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면 화를 내거나 사정을 하다 욕을 하기도 했다. 그의 소망은 조그마한 자기 집을 한 채 지어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혼한 아내와 못 본지 20여 년이 되어가는 자녀들과 한 집에서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하였는데 그 꿈을 이루어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로또뿐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시설에서 2년 정도 살던 그는 어느 날 다시 병원으로 가겠다고 하였다.

“내가 병원에 가면 수급자라서 엄청 반겨. 난 돈을 하나도 안내고 수급비랑 장애연금은 내가 다 쓸 수 있어. 담배도 내 맘대로 피울 수 있고, 로또도 더 많이 살 수 있어. 사무장한테 말만 잘하면 5만 원, 10만 원 잘도 주는데 여기는 왜 암껏도 안줘?”

결국 그는 다시 병원으로 갔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몸을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을 치료하는 것과 ‘복지 의존증’을 재활의지로 바꿔주는 것이다. 병원으로 가도록 할 게 아니라 재활센터와 연계하여 좀 더 건강한 삶으로 안내해 주지 못한 것이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

때로 우린 복지가 돈이면 다 해결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가난해도 오순도순 서로 돕고 살던 마을이 국가에서 돈을 지원하면서, 이웃 간에 서로 챙겨주고 위하던 마음은 사라지고 돈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 면에서 복지가 ‘돈이면 된다’는 생각은 단면의 오류이다. 물론 복지는 돈이 들지만 그것은 단면일 뿐 돈이 곧 복지일 수는 없다. 복지국가는 나라에서 먹고 살 수 있도록 돈만 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나누고 위하며 사는 것이다. 오늘, 나부터 복지에 대한 단면의 오류에서 벗어나야 함을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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