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어느 봄날 오후였다. 텔레비전에서는 세월호가 좌초되었지만 전원 구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요즘도 저런 후진국형 사고가 일어나나?”하는 생각도 잠시였다. 그 날 밤부터 전해져 오는 소식에 전국이 깊은 슬픔에 잠겼다.

1년 전이다. 4월 16일 수학여행을 떠난다는 설레임으로 집을 나섰던 아이들. 4일 후 환한 웃음을 머금고 돌아올 줄 알았다.

그날처럼 다시 봄이 왔다. 가로수 벚꽃이 다시 피었고, 야산엔 진달래꽃이 지천이다. 그런데 꿈에라도 보고 싶은 아이들은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아니 바다 속에 침몰한 세월호에 갇힌 아홉 명은 아직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이 오죽하면 ‘유가족이 되고 싶다’고 했을까?

1년 전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의 대처에 분노한 국민을 향해 대국민담화까지 발표하며 “4.16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다시 1년이다.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이 도착한 것을 보면서 구조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받지 못하고 수장되었다. 그 때 아이들의 느낌이 이랬을까? 4.16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던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기다리던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은 지금 어찌할 수 없는 분노와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더 이상의 실종자 수색이 어렵다는 말에 수색 중단을 수용했던 것은 실종자 가족이다. 아직도 9명의 실종자가 침몰한 세월호에 갇혀 있는데 수색중단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가족의 아픔을 누가 알까? 그런데 정부는 기다리고 기다리다 1년이 되도록 선체 인양을 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은 또 어떤가? 국회가 어렵사리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정부의 비협조로 특별조사위원회는 아직 활동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정부는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범위를 정부의 조사 범위로만 제한하려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고, 특별조사위원회 예산도 대부분 삭감해버렸다고 한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진상규명을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라고 분노하고 있다.

유가족의 여한이 없게 하겠다던 대통령의 약속. 그것을 믿었던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이 다시 거리에 나앉았다. 생떼같은 아이들을 가슴에 묻은 엄마가,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차디 찬 길바닥에서 비닐 한 장 덮고 자면서 이 기막힌 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가족들의 설움, 답답함을 누구 한명이라도 들어만 준다면 전국 어디라도 찾아가서 이야기 하겠다고 한다. 어찌 이렇게 비정해 질 수 있는가?

다시 맞은 봄,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4월 18일 오후3시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1년 범국민대회와 청와대까지 인간띠 잇기 행사가 열린다. 순천에서는 4월 16일까지 연향동 국민은행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운영하고, 4월 16일(목) 저녁7시 조례호수공원에서 세월호 진실규명과 인양 촉구 범시민대회가 열린다. 다시 사람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82호 2015.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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