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남용의 성격을 안고 있기에 시민의식 중요


순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금옥 교수를 만났다. 순천대학 법학과 제1회 졸업생으로서 법학과 학과장, 고시원장, 언론사 주간, 기획처장을 역임한 바 있고 제8대 총장선거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최근 한국국가법학회장을 지낸 이 교수에게 던진 첫 질문은 지난 주말 광화문에서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추모하려는 시민과 유족들 사이에 차벽을 세운 문제였다. “경찰차벽을 세우는 것은 이미 2011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고 판결했음에도 또다시 법을 어겼다. 국가 권력이 헌법을 무시하는 상황에서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교수는 “권력은 남용의 성격을 안고 있기에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기본법으로 지켜야 한다는 수호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세 시간 넘도록 이어졌다.
 

 
▶ 민주주의 사회는 건강한 시민이 만든다. 이를 위해 명령에 복종하는 시민이 아니라 주체적인 시민으로 자리매김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당당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데, 교수님은 수업에서 어떤 시도를 하는가?

제가 가르치는 과목이 헌법이라서 수강생이 많다. 개강하면 앉고 싶은 자리에 앉도록 선택권을 준다. 학생들의 기발한 생각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자극받는다. 새롭게 나온 판례를 소개하고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해서 발표하라는 과제를 내는데, 2004년에 검정고시 출신 한 학생이 입학할 때 차별받은 경험으로 인권위원회 제소해서 검정고시 입학전형이 바뀌었다. 강의 때 과제로 낸 것이 그런 결과를 만들었다. 헌법은 살아 움직일 때만 살아있는 기능을 한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개선된다.
 


헌법은 살아 움직일 때만 살아있는 기능을 한다.



▶ 예전 군사독재 시절에는 지식인들이 자기 이익이 아닌 사회를 위해 노력을 했고, 정치경제적 발전의 동력이었다. 지금은 여론주도층인 지식인의 노력이 예전 같지 않다. 건강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 지식인들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보수화되는 경향이 국제적인 현상이다. 대학의 자유는 헌법으로 보장되는데, 재정지원으로 자율성이 상실해가는 시대다. 무한경쟁시대다. 교육부나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 입학생 급감으로 재정여건이 열악하다. 정원의 10%를 감축하니 재정에 압박을 받는다. 지금은 구조조정, 취업률, 평가지표로 압박한다. 거기에 못 미치면 도태된다. 총장선출도 직접선거에서 간접선거로 바뀐 상황에서 대학이 비판적인 기능을 충분히 못하고 있다. 그래도 사회 문제에 관해서는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양심적 대체복무제, 대통령권력남용 개선문제, 국회의원 면책특권 등에 대한 논문을 썼으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왔다.
 

▶ 헌법학자로서 한국 헌법의 역사를 보면 생각할 것이 많을 듯하다. 특히 제헌 헌법에서 보장된 양심의 자유나 경제민주화 관련 조항 등 여러 민주적인 국민의 권리가 축소되어온 과정도 있는데, 제헌 헌법이 9차 개정헌법과 비교할 때 퇴보한 조항은 없나?

기본권은 향상되었다. 우리 헌정사는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꾸고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바꾼 변태적 역사가 있었다. 9차 개정 헌법은 진일보했다. 그러나 규정이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 해도 현실 사회는 못 따라간다. 헌법은 함부로 개정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깨어있어야 한다. 법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감시, 견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민주화가 진전될수록 시민단체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견제되지 않으면 부패한다. 본인이 직접 활동하지 못하면 시민단체에 기부하는 문화도 중요하다.
 


민주화 진전될수록 시민단체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견제되지 않으면 부패한다.

 

▶ 기획처장으로 일하면서 순천대가 변화된 사안은 무엇인가? 학생들의 만족도와 그 성과는?

1년여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CK-1) 6개 사업단 선정으로 전국 4위의 실적을 이끌어 대학의 경쟁력을 끌어올렸고, 교육역량강화사업에 6년 연속 선정되어 교육인프라 구축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대학기관인증평가를 받아 대학교육의 질을 대외적으로 보장받고, 행정조직개편을 추진하여 조직운영의 효율성을 도모하고 예산절감 효과를 거두었다. 학생들의 경우도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되어 도서관, 국제교류어학원, 인력개발원, 교양기초교육원 등에 교육인프라 관련 예산이 집중 지원되었고, 국제문화탐방 등 해외봉사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인재로서의 체험 기회가 확대되어 호감을 보이고 있다.


▶ 지역 내 유일하게 국립대학으로 순천대학교가 있다. 그런데 순천대가 순천 지역사회에 녹아있지 않고 외딴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 있다. 그런 원인이 뭘까?

우리 대학이 ‘지역과 함께 하는 대학’을 표방하는데 기획처장 하면서 살펴보니 그런 실적이 전무했다. 2013년 지역사회 대표들과 ‘소통과 협력위원회’를 만들었다. 행정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지역사회에서 우리 대학이 가야 할 길을 자문받았다. 무슨 소통과 협력이냐며 반발도 많았다. 그러나 좋은 결과를 내니 고생했다고 인정을 해주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는데, 누군가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는데 누군가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 순천대학교, 앞으로의 발전방향은 어떻게 모색해야 할까?

순천대학교는 발전적인 잠재력을 많이 갖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동서통합지대’를 아우르는 지역에 있으며, 철강 국가산업단지와 석유화학 국가산업단지가 있고,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을 배후에 두고 있다. 특히 열정과 역량을 갖춘 우수한 교직원과 따뜻한 인성을 갖춘 학생들이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잠재적 발전적 요소를 지역사회와 함께 대학의 역량을 결집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따라서 차기 총장은 사심 없이 대학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열정과 역량으로 능력 있는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대학행정에 적극 참여하여 역량을 극대화 시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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