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
최근 전남이 대기업의 각축장이 되어버렸다. 전남 광양에 LF아울렛(구 LG 패션)이, 나주에는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이, 무안에는 GS리테일 아울렛이 들어서는 등 초대형 아울렛과 복합쇼핑몰을 구축하는 작업이다.

중국의 경제력 증가로 서해안시대가 펼쳐지면 그동안 낙후되었던 전남 경제가 기지개를 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그동안 전남을 외면하던 재벌 대기업이 갑자기 전남에 와서 막대기를 먼저 꽂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 성장의 신화를 이루면서 성장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경제는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다. 어느 나라나 경제 성장과정에서 경제력이 집중되는 현상은 일어나지만 한국은 고도의 압축성장 과정을 겪었고, 특히 1997년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기업이 무너졌기 때문에 경제력 집중 현상이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 정도이다.

삼성, 현대, LG, SK의 4대 재벌그룹이 1년에 올리는 매출액이 GDP의 60%에 육박할 정도이다. 이 값이 1980년대 초에는 20% 대 였고, 10년 전만 해도 4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최근 소수 재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3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비중은 19%에 불과하다. 또한 대기업의 비정규직 비중은 44%에 달한다. 그 결과 서민 삶의 척도인 지니계수는 외환위기 전에는 0.27이던 것이 최근에는 0.35 수준을 넘어섰고, 청년 실업률은 현재 11.1%인데, 최고치를 계속 갱신하고 있다. 중산층 비중이 줄어들고, 서민 삶의 질은 더 악화되어 가고 있다.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창조경제 보고서』를 만들었던 UN 산하기관인 UNCTAD는 ‘고용없는 성장’으로 특징되는 오늘날 선진국 경제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사회의 통합성과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용 창출이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역설한다. 특히 고용을 나누는 지역 차원의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재벌 대기업의 전남 아울렛 매장은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전남의 소비자들이 아울렛 매장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일어날 것이므로 기존 상권과 도심지의 몰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구도심을 살리겠다고 도시 재생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 도시 재생 정책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다.

또 기존 상권을 형성하던 중산층 자영업자 다수가 영업터전을 잃게 되는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분양권을 통해 아울렛 매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더라도 막대한 초기 비용을 부담해야 할 텐데 그런 경제력이 있는 상점주가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마치 도시재개발 과정에서 아파트 분양권을 주어도 입주하지 못하고 삶의 터전을 등지고 마는 개발지역 원주민의 처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 황금알이라는 아울렛 매장은 점차 외지인이 소유하게 될지 모른다.

또 재벌 대기업이 마케팅과 관리 비용 등으로 가져가는 수수료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비용은 지역 경제력의 유출로 이어지게 된다. 전남은 경제력 유출이 가장 큰 지역인데, 낙후한 지역에서 새롭게 확대될 경제력 유출로 전남의 경제력은 더욱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성장과 함께 다가올 서남해안 시대를 이끌어갈 전남의 새로운 경제모델을 지역 사람들이 만들어갈 수는 없을까? 협동조합 형태로 아울렛 매장을 건설하여 운영하는 등 사회적 경제모델도 있을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집중형 경제로는 가망이 없다. 경제력을 나누는 확산형 경제모델에서 전남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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