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현재 40여 개 설립
언론개혁 모델 or 신기루 ‘논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은 가능할까? 최근 언론계의 가장 큰 화두이다. 정권 교체기마다 편집·편성권 독립 문제로 내홍을 겪는 정부출자 방송사는 물론, 특정 재벌 대기업 한 곳에서만 광고를 중단해도 휘청인다는 주요 전국 일간지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요원해 보인다. 무서운 것은 언론사 경영진, 더 나아가서는 기자들 스스로 알아서 기는 것이라고 걱정한다.

우리나라의 이 같은 언론현실을 바꿔보자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을 계기로 금융과 보험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되면서 언론분야 협동조합이 속속 설립되고 있다. 언론사 종사자들이 언론사 운영에 필요한 돈이 나오는 곳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니 권력과 자본을 대체하여 국민의 힘으로 운영하는 언론사를 설립해 운영하자는 취지이다. 기성언론에 실망한 사람들에게는 협동조합 언론이 언론개혁의 새로운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협동조합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4월 현재 설립된 언론분야 협동조합은 40여 개에 이른다.

2013년 1월(설립 인가 기준) 광주에서 참언론협동조합이 설립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2월 충북에서 괴산언론협동조합이 만들어졌고, 2013년 3월에는 순천언론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가장 최근에는 2015년 4월 전남 광양에서 동부연합신문협동조합까지 40여 개에 달한다. 언론협동조합 설립 준비가 한창인 거창언론협동조합의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언론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언론분야 협동조합 설립이 곧바로 신문이나 방송제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첫 협동조합 언론사의 사례가 될 뻔했던 광주의 참언론협동조합은 종이신문 창간을 준비했으나 창간 준비호를 낸 이후 창간하지 못하고 활동 정지 상태에 있다. 두 번째로 설립된 괴산언론협동조합은 ‘느티나무통신’이라는 인터넷신문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협동조합 언론 중 처음으로 종이신문을 발행한 곳은 순천언론협동조합이다. 현재 ‘순천광장신문’을 발행한다. 2013년 4월 5일 창간해 격주 발행을 시작한 이후 2014년 1월부터 매주 수요일에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2013년 3월에는 미디어협동조합이 설립되어 인터넷방송 ‘국민TV’를 개국했고, 종전 주식회사였던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은 2013년 7월 ‘프레시안협동조합’으로 전환하였다.

협동조합 언론사 설립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협동조합 언론사 설립이 이어지고 있다. 협동조합으로 설립한 언론사 대부분은 신생 언론사이지만 종전 주식회사나 개인기업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북교육신문’을 발행하는 전북미디어언론협동조합이나 ‘경북기독신문’을 발행하던 경북기독언론협동조합, 시흥일보협동조합은 시민주주 형태의 주식회사로 ‘시흥자치신문’을 발행하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였다.

신생 협동조합 언론 중에서는 순천광장신문 외에 경기도 부천의 ‘콩나물신문’과 경기 파주의 ‘파주에서’, 그리고 전남 영암의 ‘영암우리신문’, 전북 진안의 ‘e-진안’ 등이 종이신문을 지속해 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협동조합 신문을 내고 있는 순천광장신문 김계수 발행인은 “권력과 자본에 의지하지 않고 시민의 힘으로 시민의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한 지역신문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급증하고 있는 협동조합 언론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협동조합 활동가는 “협동조합 언론이 많이 생겨났음에도 실제 운영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고, 언론사의 경우 수익창출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원의 후원을 지속해서 이끌어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 협동조합 신문 모음



협동조합 언론,  경험자들의 말과 말

“다양한 사람의 참여가 큰 힘”
“신문과 조합업무, 일이 많아요”
“재정, 협동조합 장점이자 단점”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언론은 올해로 3년차를 맞는다. 미국의 AP통신과 일본의 교도통신 등이 협동조합 언론이라고 하지만 언론사업자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형태이다. 유럽의 언론분야 협동조합도 대부분 직원협동조합 형태이고, 사업분야도 신문이나 방송제작 외에 홍보컨설팅 등 업무영역이 다양하다. 소비자와 직원이 참여하는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 형태를 띄는 우리나라 협동조합 언론과는 구별된다.

이처럼 우리나라 협동조합 언론은 그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고, 그 과정에 남다른 보람도 많이 느낀다.

영암언론협동조합의 우용희 편집국장은 “협동조합 언론의 가장 큰 강점은 많은 조합원이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조합원이 재정 부담은 물론 취재원과 직원의 역할까지 나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진안언론협동조합의 최태영 기자도 “어느 쪽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취재와 보도를 할 수 있는 것은 협동조합 언론의 큰 강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역으로 그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은 늘 어렵다. 특히 지방선거나 정치적 갈등 상황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신문의 논조에 따른 비판도 가감이 없다.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이라고 평가받는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자신도 조합도 함께 성장한다는 평가도 많다. 콩나물신문협동조합의 윤혜민 이사는 “사람이 좋아서 참여했는데, 협동조합에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가며 나도, 우리 조합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재정적으로는 힘들지만 그래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협동조합 활동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는 ‘사람이 희망’이라는 것이다.   반면 협동조합 언론이 공통적으로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업무가 많다는 것. 협동조합 언론은 언론사 고유의 신문제작 외에도 조합 행사와 조합원 관리 업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프레시안협동조합의 경우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뒤 기자 2명이 협동조합 업무를 전담하고 있음에도 “조합원 관리가 제일 어렵다”고 할 정도이다. 설립 초기 2~4명 정도로 운영되는 협동조합 지역신문의 어려움도 업무가 지나치게 많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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