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예술인들과‘예술공장’운영
콩나물, 5개 편집분과 지면할당제

2년에 불과한 짧은 기간이지만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언론에서는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파주에서’라는 지역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파주언론협동조합은 조합에서 예술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 4월 1일 설립한 파주언론협동조합은 약 7000만 원의 조합원 출자금을 모아 수영장으로 쓰이던 도심의 지하1층(260평) 건물을 확보했다. 그리고 조합원들과 상의한 끝에 지역의 젊은 예술인들이 재정난으로 작업공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조합 공간에 예술공장을 운영키로 했다. 조합 공간에 11칸의 예술인 작업공간을 마련해 월 10만 원의 관리비만 받고 함께 사용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11명을 모집하는 공모에 무려 50명이 응모했다. 작업장 한 켠은 공연장으로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파주언론협동조합은 앞으로 11명의 예술인들과 함께 ‘파주예술공장’이라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할 계획이다.

지역신문과 예술인의 결합으로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하고, 신문의 다양성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 파주언론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 예술공장. 조합 공간(260평)에 지역의 젊은 예술인 11명을 참여시켜 신문과 예술인 상생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파주예술공장’으로 사회적기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콩나물신문협동조합은 창간할 때부터 열린편집위원회를 운영해 왔다. 다른 신문사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인데, 비상근 편집국장과 조합원이 함께 참여하여 신문제작을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전문기자보다 조합원이 신문 제작에 참여하여 이웃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창간 1년 만에 인터넷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콩나물신문협동조합은 올해 4월 제2창간을 목표로 청년과 정치·경제, 사회적경제, 문화·예술 등 5개 편집분과로 나눠, 편집분과가 직접 신문의 일정 지면을 제작하는 지면할당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협동조합 언론답게 조합원이 신문 제작이나 조합업무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영암언론협동조합은 신문 제작과 발송을 조합원들이 담당한다. 진안언론협동조합도 조합원과 구독자, 광고 모집을 조합원이 담당하는 등 협동조합 언론에서 조합원의 역량이 협동조합 언론의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 않는 것 보다는 하는 게 낫다"

 ▲ 프레시안협동조합의 박인규 이사장
사진제공 프레시안

2013년 6월 인터넷언론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그로부터 2년. ‘프레시안’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궁금해 지난 3월 말 서울 마포구에 있는 프레시안협동조합을 찾았다.

사무실에서 만난 박인규 이사장은 “힘들다”고 답했다. 2001년 창간한 뒤 2007년 한차례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며 ‘프레시앙’이라는 후원회원 제도를 만들어 넘어섰다. 그런데 2012년 또 한 차례 어려움을 맞았다. 당시 내부에서는 큰 자본을 영입해 경영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과 편집권 독립 문제를 두고 격렬한 토론을 벌이다 자력갱생 모델로 협동조합 전환을 결정했다. 당시 프레시안은 조합원 1만 명을 넘어서면 상업광고를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 조합원은 2400명, 후원회원은 1700명 수준이다. 애초 목표에 미치지 못하면서 재정적 어려움은 크게 호전되지 않고 있다.

박인규 이사장은 “당시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을 했는데, 결론은 하지 않는 것 보다는 해보는 게 낫다는 의견이었다”고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협동조합 전환을 반대하던 사람들은 떠나갔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이후의 가장 큰 변화를 묻자 “주식회사 일 때는 기자들이 기사만 썼다면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기자에게도 경영정보가 제공되어 회사 사정에 밝아졌다. 주인의식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는 조합의 2030세대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호프데이’를 열고 그 수익금 2000만 원을 조합에 기부했다. 또 종전에는 프레시안에 IT전담 직원이 없었는데, 조합원이 재능기부로 참여하는 등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가 늘었다.

반면 어려움도 없지 않다. 기자 2명이 협동조합 업무를 전담하는데, 정부가 요구하는 서류 맞추는 것은 물론 2000명이 넘는 조합원의 요구를 반영하려니 업무가 부쩍 많아졌다.

올해는 다양한 조합원 참여 프로그램을 모색하고 있다. 기자와 조합원 간담회는 물론 사진기자는 사진에 관심있는 조합원을 모아 정기 출사를 나갈 계획이다.

박인규 이사장은 “조합원 참여모델을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으나 여전한 고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협동조합언론은 결국 인적 결속이다”며 ‘독자가 먹여 살리는 신문이 건강한 신문’ 이라는 생각으로 협동조합 언론의 조합원 참여 시도는 계속 될 것”이라고 했다. 


■ 콩나물신문의 벼랑 끝 기자회견
그래도 “지역신문은 협동조합이 딱 맞아”

▲ 지난 4월 1일 열린 콩나물신문협동조합의 벼랑 끝 기자회견. 재정난을 겪고 있는 협동조합이지만 여느 기업과 달리 문제제기도, 해결방법도 발랄하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발행되고 있는 콩나물신문은 여느 지역신문에서는 볼 수 없는 발랄함이 느껴진다. 신문의 1면에는 신랑신부의 결혼사진과 새학기 어느 초등학교 교실의 모습이 실린다. 지역 주민의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자는 조합원의 의지가 모인 결과이다. 지역신문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정치기사도, 가장 많은 뉴스를 생산하는 시나 시의회의 기사도 많지 않다.

창간할 때부터 전문 기자를 채용하기보다 조합 사무국장과 신입기자 한명이 일을 시작했다. 다른 신문처럼 공공기관의 보도자료를 취급하기보다 조합원을 중심으로 이웃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합 행사와 조합원 동정도 신문의 주요 기사거리이다.

신문 제작시스템도 협동조합 언론답다. 창간 초기에는 조합원이 참여하는 3개의 편집팀이 돌아가며 신문을 만들다가 지금은 열린편집위원회에서 신문을 만들고 있다. 조합원 누구나 신문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이다.

2014년 2월 창간된 ‘콩나물신문’이 창간된 지 1년을 넘어섰다. 조합원 270명이 참여하여 격주(베를리너판 12면)로 발행하는 이 신문이 최근 재정난을 겪고 있다. 조합원의 참여는 적극적인데, 구독자 확보가 여의치 않아 월 300만 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 문제를 놓고 몇 차례 조합원 토론을 거치는 동안 한 조합원이 매월 100만 원을 후원키로 했다. 부족한 재정을 해결하기 위해 4월 1일(수)에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벼랑 끝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정문제 해결에 조합원이 나서달라는 의미였다.

콩나물신문협동조합 최정우 사무국장은 “어려울 때마다 천사가 나타나고, 도와주는 조합원이 많다. 어려운 일도 함께 해결해 나가며 재미를 느낀다”고 말한다.

콩나물신문협동조합의 윤혜민 이사는 “콩나물신문은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자신 스스로 신문에 관심도 없었던 사람인데, 콩나물신문과 함께하면서 사람들이 좋아 신문을 나르고, 이사까지 되었다며 “콩나물신문협동조합과 같이 성장할 수 있어서 좋았다. 콩나물신문을 만나 행복하다”고 한다. 그래서 재정문제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문 제작에 참여하는 조합원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한효석 이사도 “협동조합 언론은 지역신문이 딱 맞는 구조”라며 “먼저 시작한 협동조합 언론이 좋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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