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식
순천여자중학교 교사
오는 4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겪은 지 1주년이 된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은 가족의 아픔이자 이 땅 모든 이들의 아픔이었다. 참사 후 시민들은 ‘잊지 않겠다. 가만히 있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약속하였다. 1년이 다되어가는 지금 되돌아보고자 한다. 약속은 지켜지고 있는가? 대한민국은 ‘4·16’ 이전과 다른 사회로 변해가고 있는가?

지난 3월 17일, 연향시립도서관 지하 극장 ‘연’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 1주년을 앞두고 순천의 시민·사회·노동 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북콘서트 ‘금요일엔 돌아오렴’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행사를 준비한 주최측의 예상을 훨씬 넘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좌석이 부족하였다.

이 자리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저자, 학생, 시민이 함께 하였다.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이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으로 나오기까지의 아픔이 이야기되었다. 유가족의 아픔이 다시 한 번 생생하게 전달되어 듣는 이의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날 다른 배를 타고 제주에 갔었다는 순천여중 조모 학생의 “우리가 도와드릴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라는 울먹이는 질문에 참석한 모든 이들은 가슴이 울컥하였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은 다시금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였다. 그동안 세월호 촛불, 세월호 걷기, 각종 행사 등에 참여하면서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유가족의 아픔을 이해는 했으되, 함께 하지는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하였다.

우리가 했던 ‘4·16 이전과 다른 사회를 만들겠다.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는 약속은 어떻게 되었나? 먼저 학교는 얼마나 변했나? 학교에서 크게 변한 것은 행사를 위한 안전교육이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아직도 대다수 학생들은 용모와 복장 등 다양한 형태의 억압 속에 ‘공부’를 강요당하며 살고 있다.

정치는 어떤가? 부족하지만 4·16특별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특별조사위원회는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세월호 인양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회는 어떤가? 우리의 삶은 생명보다 돈을 중요시하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개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정치권의 책임이 더 크다 할 것이다. 각종 정책은 이윤과 효율만을 최고로 하고 있다.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이윤이 줄어들면 정리해고도, 공장 폐업도,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도 정당화된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세월호 인양을 회피하고 있다. 이윤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300일 넘게 45미터 굴뚝 위에서 생활하고 있는 구미 스타케미칼 노동자 차광호의 고용승계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다시금 ‘잊지 않겠다. 행동하겠다.’는 약속을 되새겨 본다. 대한민국의 모든 곳에서 세월호를 보고 있다. 강정에서, 구미의 굴뚝 위에서, 밀양과 청도의 송전탑 밑에서, 길거리 천막에서 ‘사람 살려’라는 외침이 들린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면 낮은 곳에서부터, 어려운 곳에서부터 하나씩 바꾸어 나갔으면 좋겠다. 자신의 생각과 활동 영역을 조금 확장해 볼 수는 없을까? 정부가 외면하는 아픔! 우리 스스로 보듬어 안고 치유하는 것이 방법이다. 우리가 내미는 조그만 연대의 손길이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금동아줄이다. 나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말고 우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나가 아닌 우리라는 말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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