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도시공원을 취재하기 위해 유럽의 몇몇 지역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 때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라는 작은 도시에서의 경험이 기억에 특별하게 남아 있다. 그곳의 시청 공무원과 찾은 도시공원에서 공원 조성 과정과 관리 방식을 전해 들었다.

우리도 만찬가지이지만 작은 도시공원 하나 만드는 데도 주민의 목소리는 제각각이다. 나무의 수종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배치는 어떻게 할 것인지, 산책로의 포장은 할 것인지, 포장 재질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등.

잘츠부르크의 도시공원 조성 과정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그들의 업무 방식이었다. 그들은 공원 조성계획을 두고, 시의 계획을 알려주고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해 네 차례나 간담회를 가졌다고 했다. 그나마도 그 지역에서는 주민들 간 이견이 적어 빨리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이고, 주민들 간에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할 경우 몇 번이고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논의 하고 합의에 이른다고 했다.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여 공원을 조성하니 공원이 준공된 뒤에는 별다른 불만이 없다. 조성과정에 주민의 의견이 충분하게 반영되니 공원에 애정을 갖게 되고, 공원 관리에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고 했다.

우리 현실로 돌아와 보자. 필자가 취재를 위해 공무원을 만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니, 결정되면 알려드리겠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하는 일이란 게 대부분 시민생활과 직결되는 업무이다. 따라서 어떤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 의견을 수렴해야 할 텐데, 공무원들의 태도는 “결정은 우리가 할테니, 너희들은 따르기만 해”라는 식이다.

일부 몰지각한 지방의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신들이 시민을 대신해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도 망각하고, 모든 정책 결정을 자신들이 해야 한다는 식으로 억지를 부리곤 한다.

이처럼 소수에 의해 정책이 결정되다 보니 시민들은 정책이 결정된 뒤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뒤늦게 반대에 부닥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키우고 있다.

최근 아랫장 가로화단 조성 문제가 논란이다. 아랫장에 가로화단을 조성하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는 그곳에 사는 주민이나 그곳을 자주 이용하는 주민이다. 그런데도 가로화단 조성 공사가 시작될 때까지도 대부분의 주민은 몰랐다고 한다. 그 때문에 공사가 시작된 뒤에야 알게 된 주민의 반대가 빗발쳤고, 주민의견을 들어 공사 방식을 바꾸기를 반복하다, 아직도 애궂은 주민들만 고통을 당하며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2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놓고도,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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