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택희
전라남도 의원
‘88만원 세대’라는 용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최근에는 불안정한 일자리와 치솟는 집값, 자녀교육 등의 경제적 이유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라 부르고,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더 해 ‘오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2월 25일, 미국의 퓨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젊은층’이 다른 나라에 비해 미래를 더 비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미래에 경제적으로 더 윤택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43%만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 50세 이상 계층(61%)보다 낮게 나온 나라는 조사대상 44개국 중 한국이 유일했다고 한다.

또 자국 사회 전반에 대한 젊은이들의 만족도를 보면, 독일은 70%, 영국은 53%, 미국은 43%인 반면 우리나라는 겨우 20%로 조사되었다. 보고서는 “한국 학생의 수학, 과학, 읽기 실력은 세계 최상위이지만, 교육과 근면한 노동이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세대는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는 청년층 고용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졸업 후 첫 일자리 고용 형태가 임금근로자인 경우 취업하는데 평균 12개월이나 걸렸지만, 첫 직장에서 근속한 평균 기간은 1년 7개월에 불과했다. 첫 일자리의 고용 형태는 38%가 계약직이나 임시직이었다.

청년층의 한숨은 부모 세대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5060세대는 편안한 노후는커녕 장기 무직 상태에 있는 자녀의 짐까지 떠안으며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다. 자녀와 부모 세대 간에 이어지는 불행의 고리를 못 끊으면 국민 행복을 논할 수 없다.

최고의 해결책은 경제가 좋아져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것이지만, 국내외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 개혁과 노동구조 개혁도 지지부진하다.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정부와 기업은 이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 보급하고, 기존 정책을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또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와 가치관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젊은 세대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거울이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역할을 해내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젊은 세대들에게 자긍심과 희망을 심어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국가적 과제는 우리나라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축적된 부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사회현상을 바로잡는 일이다. 기본이 바로 서고 노력한 만큼 성취하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이다. 박근혜정부의 국정기조인 ‘비정상의 정상화’와 ‘국가개조’ 철학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국가정책에 스며들어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잘못된 부분을 과감하게 바꾸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청년들이 거침없는 도전정신으로 꿈과 희망을 성취해 가는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대한민국을 꿈꿔 본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