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근홍
순천복성고 국어교사
푸틴 등장 이후 러시아는 막강한 군사력과 능숙한 외교술에 더해 경제상황이 호전되면서 옛 소련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중국도 빠른 경제성장으로 구매력 기준으로는 이미 미국을 따돌리고 있다. 지금 세계는 미국과 서구세계를 중심으로 하는 해양세력의 연횡책과 중∙러를 중심으로 하는 대륙세력의 합종책이 강하게 부딪치고 있는 양상이다. 새롭게 전개되는 신냉전체제는 전후 냉전체제와는 그 흐름이 완연히 다르다. 당시 미국은 마샬플랜을 통하여 위기의 서구사회를 부흥시켰고, 신흥국에 대한 지원도 만만치 않아 오늘의 한국이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스마트디펜스 전략이라 불리우는 최근 미국의 행보는 역으로 서구와 신흥국에게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의 1극체제가 저물고, 다극체제로의 이행이 필연적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일단 봉합된 모양새이지만 불씨를 안고 있고, 중동사태의 해결도 기약이 없다. 오바마 행정부는 빠른 시일에 중동 사태를 마무리하고 아시아로 회귀하여 중국을 견제하려 하지만 국제사회의 변수는 예측키 어려운 점이 많다. 미국의 세계전략이 깊은 수렁 속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잃고 있다.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잇는 지정학적 위치로 말미암아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화약고이다. 한번 터지면 중동이나 기타 지역과 달리 곧바로 세계대전으로 비화되어 핵 참화를 입을 개연성이 큰 지역이다. 북은 이미 핵 보유를 헌법에 명시하였고, 중국과 러시아와도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다. 경제상황도 호전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해 있다. 청년실업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자영업은 몰락 중이고, 개인과 국가의 부채는 위험수위를 넘었다. 그런데도 국방비는 해마다 증폭되고 있다. 오죽이나 국가재정이 힘들었으면 담뱃세를 대폭 인상해 체제 저항의 양상까지 부르고 있겠는가?

한국의 살길은 북방경제에 있다. 북은 희토류를 포함한 자원부국이다. 중국경제도 흐름이 동북 삼성으로 옮겨지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가스관 및 송유관을 연결하고, 기차길을 열어 서남아시아와 유럽으로 진출해야 한다. 그리하여 신실크로드 전략을 수립해, 글로벌 최대 신흥경제블록으로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중국과 호응해야 한다. 이것은 박근혜대통령이 지난해 10월에 밝힌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과 일치한다. 문제는 북을 경유하지 않고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그동안 북은 핵을 없애도록 압박할수록 오히려 핵무장을 강화해 왔다. 이는 세상사의 이치와도 같다. 군인에게 총칼을 버리라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중요한 것은 핵무장의 필요성을 못 느끼게 하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을미년은 동트기 직전 어둠에서 어린양[靑羊]이 들녘에서 어미양을 기다리는 상이다. 역술가들은 한반도의 남쪽은 양(陽)기운이, 북쪽은 음(陰)기운이 강하다고 한다. 박대통령의 올해 운수는 갱신흥가지상(更新興家之像: 집안을 다시 일으키는 길상)이라 하고, 북은 북두칠성의 기운이 넘친다 한다. 북두칠성은 불행을 행운으로 바꾸는 상서로움으로 상징된다. 남북의 상생(윈-윈) 기운이 있다는 뜻인데, 그러나 길흉과 화복은 인간의 주체역량과 선택에 달려있다. 국제사회는 냉정 그 자체일 뿐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국도 없다. 하늘은 무심하다. 그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지 않는다. 이것의 다른 표현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생명과 생존의 문제다. 탈이념의 지점에서 대미추종의 자세를 벗어나 민족자주성을 제고해야 한다. 저 멀리에서 비단길이 우리에게 손짓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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