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박람회장 입구서 시위나선 장성 농민들

지난 6월 22일 정원박람회장의 서문 앞에서는 아침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정원박람회장 조성에 잔디를 납품하고도 잔디대금을 받지 못한 장성지역의 잔디재배 농민들이 정원박람회장에서 시위하기 위해 전날인 21일 집회신고를 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시위가 열린 22일은 토요일로 일주일 중 정원박람회장을 찾는 관람객이 가장 많은 날이 토요일이었다. 개장 초기 관람객이 몰렸던 정원박람회는 6월을 넘어서며 관람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데, 정원박람회장에서 시위까지 열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순천시를 긴장시켰다.

 
이날 시위를 예고한 장성의 잔디재배 농민들은 잔디를 납품하고, 정원박람회가 개장한 뒤에도 잔디대금이 입금되지 않자 순천시에 잔디대금 지급을 요청해왔다. 전화와 인터넷 민원을 제기하던 이들은 급기야 4월 29일 순천시장실로 몰려가 잔디대금 지급을 요청했다.

당시 조충훈 순천시장이 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을 불러 “농민들의 아픔을 살펴 잔디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라”고 지시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잔디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대신 계약업체에 지급받으라는 원칙적 입장을 알리는 공문을 농민들에게 보내면서 두 달이 지나갔다. 이를 보다 못한 농민들이 시위까지 나서게 된 것이다.

시위가 열린 22일 오전부터 정원박람회장 운영 대행업체에서는 시위참가 농민들이 정원박람회장으로 진입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직원들도 시위 농민들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오전 10시 무렵 시위 농민들을 태운 버스가 정원박람회장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소식이 무전기로 알려지면서 높아졌던 긴장감은 농민들이 경찰서에 집회 신고한 내용대로 서문 입구 대로변에서 집회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안도하였다.

집회장에서 만난 농민들의 목소리를 격앙되어 있었다. 집회장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농삿일도 바쁜데, 이 멀리까지 와서 이게 뭔 일인지 모르겠다”며 “정원박람회가 장사도 잘 된다는데, 왜 잔디 값을 안주냐?”고 하소연했다.

집회를 주도하는 상록잔디영농조합법인 관계자는 “오늘 낮 12시까지 기다려보고도 답이 없으면 정원박람회장에 있는 잔디를 파 가져가는 수밖에 없다”며 “기계는 모두 대기시켜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번 내려왔으니 내가 감방에 간다는 각오로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한다”고 집회에 참석한 농민들을 다독였다.

시위에 참가한 농민들은 70~80대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젊은이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정원박람회 서문에서 50m 정도 떨어진 차로변에서 방송시설 하나 없이 현수막 하나 내걸고 하는 시위는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다. 대부분 관광버스로 서문으로 진입하고, 걸어오는 사람도 다른 출입구로 진입하면서 농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날 정오까지 순천시의 답변을 듣고 행동을 결정하겠다던 농민들은 결국 경찰의 중재로 시장과의 면담을 주선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농민들의 아픔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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