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청소부』 / 모니카 페트 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김경연 역 / 풀빛

 
『행복한 청소부』는 거리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 아저씨의 이야기다. 청소부 아저씨는 매일 파란색 작업복과 파란색 고무장화에 파란색 자전거를 타고, 독일의 유명한 거리에 있는 표지판을 닦는 일을 한다. 아저씨는 자신의 일을 사랑했고, 다른 어떤 일과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표지판을 닦고 있는 아저씨 옆에서 아저씨가 닦고 있던 표지판의 이름을 보며, 엄마와 아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된다. 자신이 그 동안 닦고 있던 거리가 아주 유명한 작가와 음악가의 거리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아저씨는 그 꼬마보다 자신이 그 거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날 이후 음악가와 작가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한다.

음악가가 연주하는 공연장에도 가고, 노래도 외우고, 작가들의 책도 읽고 시도 외우는 등 열심히 공부한다. 아저씨는 멜로디를 휘파람으로 불며 시를 읊조리고, 가곡을 부르고, 읽은 소설을 다시 이야기하면서 표지판을 닦는다. 그러면서 음악과 문학을 즐기는 청소부 아저씨의 노래와 이야기를 들으려는 사람이 아저씨 주변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아저씨는 유명해졌다. 네 군데나 되는 대학에서 강연을 부탁했지만, 표지판 청소부가 강연을 하는 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라며 교수가 되고 싶지 않다며 거절한다. 그는 이후로도 계속 청소부의 일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두 가지 사실에 놀라게 된다.
우선 지나가던 철부지 어린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넘치던 청소부 아저씨가 지금껏 자신이 가져왔던 생각을 다시 점검해보는 겸손하고 열린 태도다.

익숙하고 당연시하던 것에 질문을 갖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특히 경험을 가진 어른은 어린 아이의 호기심어린 질문을 우습게 여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것을 곱씹어 보는 것은 더 그렇다. 아저씨는 인생에서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만큼 자기 직업을 사랑하고, 자기가 맡은 거리의 표지판들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닦아 놓았나 싶으면 금방 다시 더러워지는 더러움과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고, 즐겁고 성실하게 일하며 행복해 했다. 그러나 자신이 닦고 있는 표지판 이름, 그 사람에 대해 지나가는 아이만큼 모른다는 아저씨의 성찰은 거리 표지판 속 음악가, 작가들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으로 확대되어 아저씨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 되었다.

두 번째, 청소부 아저씨의 풍요로운 삶을 가능하게 할 수 있었던 사회에 주목하게 된다.
청소부 아저씨의 퇴근 시간은 오후 5시다. 퇴근 후 아저씨는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자신에게 부족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오래 전에 죽은 음악가와 작가들이 다시 살아나 서로 이야기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단지 퇴근 시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퇴근 후 신문을 꼼꼼히 보며 정보를 모을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고, 필요한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갈 수도 있는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아저씨의 ‘좀 더 일찍 책을 읽을 걸 그랬어.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놓친 것은 아니야’ 이런 고백은 성실한 청소부로서 살아갈 때 가졌던 자부심을 넘어 음악과 문학 속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소부 아저씨가 그렇듯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음악회나 오페라 공연을 찾아보고, 그 날이 오면 옷장에서 좋은 양복을 꺼내 입고 음악회장이나 오페라 극장으로 갈 수 있는 경제적, 시간

▲ 심명선
어린이책시민연대
전 대표
적 여유가 우리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음악회나 오페라 공연을 특정 계층만이 아닌,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이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TV에 나올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대학의 요청을 거절하고 아저씨는 청소부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청소부 아저씨는 음악과 문학에 대한 강의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청소부와 대학 교수의 삶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우리 사회에서도 그 같은 결론이 가능한 것일까? 상상하니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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