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부총리의 인문학 축소 주장이 오늘날의 우리나라 현실을 제대로 고려한 것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 국민총소득(GNI)이 1953년에 비해 2만 983배 확대되었다. 명목 GNI 순위는 2012년 14위로 올라섰다. 1인당 국민소득도 1953년 기준 67달러에서 2013년 기준 2만 6205달러로 394배나 늘어났다.
국민생활 수준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선진국 수준의 정신 및 문화생활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구미 선진국의 기존 이론을 더 이상 빌려오기 어렵게 되었고, 독자적인 발전 전략을 위한 이론체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 식의 이론과 발전체계를 세우기 위해서는 한국의 정신문화 특성을 잘 담고 있는 우리 식 인문학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더 필요하다. 또 세계적으로 다양한 학문 분야 사이의 융합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는데,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등이 현재 주요하게 고려하는 대상이 인문학 분야이다.
따라서 우리 국가와 사회가 인문학을 포함한 학문 전반에 대해 새롭게 사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인문학만 보호하고 육성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 시기 한국식 학문 및 이론체계를 재구성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인문학을 재구성하여 발전시켜 나가려는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정부는 인문학을 양적으로 축소시키는 문제에 집중하기보다 한국 인문학의 질적 수준을 세계화하는 데 관심을 더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 전남 동부지역 상황을 보면 인문학의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광주․전남 지역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남 동부지역의 인문학은 해방이후 거의 공백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지역에는 기본적으로 인문학의 기본 분야인 문학, 사학, 철학 분야를 연구하고, 관련분야 인재를 키울 연구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국립 순천대학교에 1990년대 중반에 철학과와 사학과가 생겼을 뿐이고, 사범대에 국어교육학과가 있지만, 정작 아직까지 인문대학에 국문과도 없는 실정이다.
전남 동부지역은 섬진강과 지리산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영산강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광주, 목포권역과는 다른 문화적 전통을 지니고 있다. 또 전북, 경남, 전남 서부지역의 서로 다른 문화가 교류하는 중심지로서의 복합적인 문화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전남 동부지역 문화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는 호남 문화와 한국 문화를 풍부하게 만드는 데 기여 할 것이다.
정부는 수도권과 영남권에 집중되어있는 인문학 연구기관 현황을 고려해서 호남지역, 그 중에서도 우리 전남 동부지역의 인문학 연구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 순천을 비롯한 전남 동부지역의 지자체나 시민사회도 우리 지역 인문학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토대를 확대하는 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