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를 취재하다 보면 흔하게 보는 장면이 있다. 행정을 집행하는 공무원과 그 상대인 주민의 생각 차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게 도시계획 분야이다. 땅을 가진 주민의 입장에서 순천시가 도시계획을 변경하면 재산권 행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민감한 문제이다.

하지만 정작 순천시가 도시계획을 변경할 때는 용역업체에 설계를 맡긴 뒤 순천시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한다. 도시계획이 왜, 어떻게 바뀌는 지 이해당사자인 주민들도 알아야 할 상황이지만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다며 법적으로 ‘열람 공고’를 하지만 생업에 바쁜 주민들은 알 턱이 없다. 그렇게 도시계획이 바뀌고, 뒤늦게 집이라도 지으려다 도시계획이 바뀐 것을 알고 분쟁이 되지만, 주민이 지방자치단체를 이기기란 쉽지 않다.

순천시가 순천만 일원에 대한 도시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순천만 일원의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기 위해서란다. 그런데 지역 환경단체에서는 “순천만 주변의 난개발은 이미 수년전부터 이뤄졌는데, 이제야 규제하겠다고 나선 것은 때늦은 조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순천시가 지난 1월 30일(금) 순천만 일원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안을 마련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열람 공고를 하였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주민의견 청취를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해당 지역 주민이 순천만 일원의 지구단위계획안을 보려면 순천시 도시과 사무실이나 도사동에 찾아가야 한다. 시행령 제22조를 보면 “도시관리계획 입안에 주민의견을 청취할 때는 주요 내용을 2개의 일간신문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고하여 14일 이상 열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순천시는 일간신문과 홈페이지에는 공고문만 게시하고, 지구단위계획의 구체적인 내용(도면 등)을 확인하려면 순천시 도시과나 도사동주민센터를 직접 찾아가라고 한다. 주민의 일상이 인터넷으로 전환된 지 한참이지만, 순천시는 아직도 인터넷으로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에서는 주민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이 알게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불통행정의 전형이다.

순천시에 따르면 순천만 일원 지구단위계획안은 2월 13일까지 주민들에게 열람하도록 한 뒤 2월 중에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시와 함께 시행에 들어간다.

이번에도 여전히 주민들이 알지 못한 채 도시계획이 확정될 것이고, 뒤늦게 알게 된 주민들은 순천시를 원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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