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로 되돌아갈 것인가

▲ 문수현 순천고 교사
‘13월의 세금폭탄’으로 1800만 직장인들이 잔뜩 화가 났다. 우왕좌왕하던 정부는 ‘소급입법을 통한 일부 환급’이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다시 확인한다. 정부가 부자·기업인보다 서민·직장인의 유리지갑을 털려고 한다는 것, 국민이 엄청나게 화를 내야 정부가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린 척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끈질기게 서민·노동자·직장인의 소득을 줄이려 하고 있다. 공무원 연금을 대폭 깎으려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정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더 내고 그대로 받으라’고 할 수도 있을 터인데 ‘더 내고 덜 받으라’고 한다. 연금제도가 정부 안대로 확정된다면 공무원들은 지금보다 30% 이상 연금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현재 50%에 이르는 노인 빈곤층은 대폭 늘어날 것이다.

얼마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규직이 과보호되고 있다”며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 정규직의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정규직을 쉽게 해고할 수 있게 하여 비정규직과의 차이를 줄이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나아가 비정규직 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정부가 국민의 삶의 질 저하를 위해 일관되게 노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담배 한 갑에 세금이 2000원 더 붙었고, 식당이나 술집 소주·맥주값은 3천원에서 4천원으로 올랐다. 국제 유가는 급격하게 떨어졌지만 유류세 때문에 주유소 기름값은 그만큼 인하되지 않았다. 한편, 부자들에게 물리는 종합부동산세나 법인세는 폐지·인하해 놓고, 부유층의 상속세를 대폭 깎아주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 정책은 중산층의 해체나 약화, 서민의 빈곤층화, 소득의 하향평준화를 겨냥하는 것 같다. 정부가 최종적으로 도달하려는 사회는 빈익빈 부익부, 소득의 양극화가 아닐까? 중산층이 무너지고 빈부격차가 극심해져서 1:99사회가 되고, 부유층/빈곤층, 양반/상놈의 세상이 고착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세상이 이러니 국민들은 먹고 살기에 바빠 늘 피곤하고,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항산(恒産)이 없어 불안한 사람들은 직장에서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굴욕적인 생활을 감내하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말을 잘 듣게’ 된다. 반면 대기업 회장이나 국가 권력자는 맘 놓고 기업과 국가를 운영할 것이다.

전근대사회는 출생이 계급을 결정해버리는 계급사회, 신분제 사회였다. 그런 모순을 타파하기 위해 수많은 시민이 오랫동안 투쟁하여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계층 이동이 자유로운 세상을 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누군가가 걷어버렸다. 능력이 아닌 부모의 신분에 따라 자신의 계급이 결정되는 사회가 되고 있다. 조현아로 상징되는 수없이 많은 갑의 횡포와 ‘나는 을도 아닌 병’이라는 서민들의 자조는 우리 사회가 ‘양반과 상놈’이라는 신분제 조선사회로 회귀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암담하다. 그래도 해법은 우리가 찾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영금을 봤으면서도 선거 때 절반이 넘는 유권자(서민, 노동자)가 또 그들에게 표를 줄지 모른다. 이런 정부를 구성하도록 동의하고, 그런 정부를 뒷받침하는 국회의원들을 뽑을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암담한 현실의 벽을 부수고 희망을 현실화시킨 소중한 경험과 기억을 갖고 있다. 우리는 힘을 모아 열차가 그쪽으로 가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거라고 큰소리로 외쳐야 한다. 권력과 기득권, 갑의 부당한 처사에 화를 내면서 계속 대들어야 한다. 그래야 이번에 보듯 그들은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린다(차린 척이라도 한다). 오래 가진 않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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