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몫을 다하고
차별 소멸되고 조화로운 관계 이루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회의 모습입니다.

 
저전동(순고오거리)에 있는 순천하늘씨앗교회가 교회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순천하늘씨앗교회는 지난 2005년 1월 기존 교회의 폐쇄성을 비판하며 20여 명의 교인이 세운 평신도 교회이다. 어느 교단에도 속해 있지 않지만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겠다며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서이다.

교회 설립 10주년을 맞아 하늘씨앗교회는 지난 10년을 기억하고, 앞으로 맞이할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교인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그 내용을 분석하며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도 진행했다.

교인들이 느끼는 문제의식은 교회 학교가 사라지고 청년들이 활동하는 영역이 없으며, 장년층 위주로 교회가 운영된다는 점이었다. 교회의 사회 참여에 대해서는 사회참여가 지나치게 많다는 의견과 사회참여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지난 1월 25일(일) 열린 교회 10주년 기념 예배에 갔을 때, 교회 담장에는 ‘예수와 함께 한 10년, 이웃과 함께 할 100년’이라는 현수막이 나붙었다. 10주년을 맞이한 하늘씨앗교회 교인의 마음과 뜻을 모은 글이었다.

지난 1월 25일 오전 11시. 하늘씨앗교회에서는 서울에 있는 들꽃향린교회 김경호 목사 초청 설교가 있었다. 김 목사는 사대강 문제와 FTA, 용산참사, 세월호 문제 등 현 정권의 정의롭지 못함에 저항하며 6년 반 동안 길거리에서 집회를 열었던 목회자이기도 하다.

김 목사는 이날 ‘주님 안에서 자라는 성전’이라는 주제로 설교를 진행했다. 에베소서 2장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이 놓은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며, 그리스도 예수가 그 모퉁이돌이 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건물 전체가 서로 연결되어 주님 안에서 자라서 성전이 됩시다’를 내용으로 한 설교였다. “성전은 보이는 건물, 교회 재산, 숫자를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김 목사는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사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교회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서로가 맺는 관계로 실천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그는 “초대교회인 에베소 교회, 데살로니가 교회, 안디옥 교회 등 유명한 교회들도 많이 모여 봐야 20~30명이 모였다”며 “어떤 비전을 갖느냐에 따라 상상할 수 없는 열매가 맺어질지도 모른다. 그 결과는 하느님이 만들어 간다”고 강조했다. “우리들이 각자 자기 몫을 다 하며 모든 차별이 소멸되고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어가는 것이 우리들이 지향할 교회” 라는 그는 “소수가 깨어서 박해받더라도 자신의 꿈을 꾸어가고 그러다가 망해도 좋다”고 단언했다. 하느님의 정신을 살아 움직이게 하고 정의와 평화가 날뛰게 한다면, 그것이 교회라는 것이다.

다음은 김경호 목사의 설교 뒤에 진행된 순천하늘씨앗교회 교인과 김경호 목사의 질의응답이다.

▶ 교회가 나아갈 길, 교회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그 부분 명쾌하게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들꽃향린교회에 대해 더 듣고 싶어요.

▲ 들꽃향린교회 김경호 목사
들꽃향린교회는 남성이 모여서 면생리대 만드는 모임도 한다. 여성의 화학 생리대가 안 좋아서 면생리대 만드는데, 남녀가 토론하면서 만든다. 그러면서 서로 이해한다. 중등학교 교사인 한 교우는 학교 간부 수련회를 하면서 여학생들은 회의를 하고 남학생들은 음식준비를 하게 한다. 수련회 하는 동안에 남학생들이 생리대를 3박 4일 동안 착용하게 한다. 나중에 소감을 이야기 하는데 놀랍게도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이 이렇게 불편하게 사는지 몰랐다”며 회개한다. 자기가 몰랐던 것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다. 젊은 남성들은 배에 물주머니를 하고 엎치락 뒤치락 이틀만 하면 자기 부인이 얼마나 위대한 지 임신 10개월 동안 고생한 것을 알고 부인을 위하지 않을 수 없다. 남의 입장에 서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성령의 역사다.
 

▶ 사회참여는 어떤 식으로 하나요?

제가 10년 전 들꽃향린교회를 시작할 당시 한국 교회가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기독교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을 보면서 기독교를 위해 새로운 모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한상렬 목사님이 전국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기에 저도 함께 예수살기라는 모임을 했다. 아직은 작은 공동체이지만 예수살기 모임에서 대추리, FTA 등에서 촛불을 들고 앞장섰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집회 결사의 자유가 막혀, 집회를 하려면 예배를 드리고 이야기하는 장을 열어 주어야 집회가 가능하다. 그 후 촛불교회라는 것을 만들게 된다. 6년 넘도록 매주 목요일 고난 받는 현장에서 예배를 드렸다. 용산 참사가 났을 때 철거된 빌딩 사이에 서 있는데 얼마나 춥고 쓸쓸한지 모른다. 한겨울에 영하 20도로 내려갈 때는 정말 예배드리기가 어렵다. 그런 날은 골목 끝까지 사람들로 가득 찬다. 김경제 박사 등 연세든 분들이 옷을 몇 개씩 입고 나온다. “추운 날 어찌 나오셨나” 물으면 “오늘은 너무 추워서 아무도 안 나올 것 같아서”라고 말한다. 용산, 쌍용차, 재능 교육, 광우병 등 어려운 현장에 다니면서 박해받는 노동자들, 그들을 대변하고,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진보적인 교회니까 우리는 잘 돼요”


▶교인들은 얼마나 참여하고 있나요?

교회라는 곳은 다양한 공동체다. 마음이 있는데 시간이 안 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역할이 무서운 사람도 있다. 나는 그런 모든 사람을 같이 끌어안을 수 있는 곳이 교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사는 목사 나름대로 성경말씀을 이야기하고 교회 안에서 광고도 하지만, 기도하는 사람은 기도하고, 나가서 활동하는 사람은 나가서 활동한다. 나가는 사람은 기도하는 사람 덕에 나가서 감사하고, 기도하는 사람은 나가서 싸워준 사람이 고맙다고 생각한다.
 

▶ 들꽃향린교회의 성도관리, 교육, 양육 등 노하우를 듣고 싶어요.

우리도 잘하지 못하는데, 노하우를 말씀하라니 난처하다(웃음). 들꽃향린교회는 강남향린교회에서 26명이 분가해 시작했다. 10년 지나서 결산해보니 많은 성장을 했다. 특별히 교회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지 않았다. 자기 교회를 사랑하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사람을 자꾸 초청하고, 함께 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진보적인 교회는 잘 안 된다는 한계를 스스로 재갈물릴 필요가 없다. 진보적인 교회니까 우리는 잘 돼 라고 해야 한다.
 

▶ 성경에 구원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목사님이 생각하는 구원은?

친척이 땅을 잃어버리면, 땅을 되찾아주는 구체적인 구원의 행위가 행해지는 것을 구원한다고 한다. 지금은 본래의 모습을 잊어버리고 개인적인 구원만 이야기 한다. 구원은 궁극적으로 사회적 구원, 삶의 위치를 회복시켜주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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