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경환
학교너머 길잡이
인천에 있는 한 어린이집에서 일했던 보육교사가 어린 아이의 뺨을 때린 일 때문에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이 보육교사를 향하고 있는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이 일을 계기로 다른 지역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들이 연일 뉴스로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부모들은 점점 불안해하고 있다.

경찰은 이 보육교사의 추가 범행을 밝혀내기 위해 몰두하고 있고 언론은 경찰의 조사결과를 받아쓰는데 여념이 없다. 경찰과 언론은 이 사건의 본질을 부도덕한 한 개인의 행위로 몰아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정말 이 문제의 원인이 한 개인의 부도덕성에 있는 것일까? 이 여자를 구속해서 벌을 내리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서울대 한 경제학과 교수는 이 사건의 원인이 질 낮은 보육교사에 있다고 주장하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보육교사의 처우가 형편없고, 양성과정 또한 허술해 질 낮은 사람들이 보육교사를 하게 되니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원인으로 파악한다면, 원인에 근거한 해결방안은 보육교사의 대우를 높이고 양성과정을 치밀하게 하는 것이 될 터이다. 이 교수의 지적은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한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이 문제의 원인이 ‘보육교사의 질’에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이 교수의 논리가 지금 보육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보육교사들은 질이 낮은 사람들이고, 언제든지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라고 낙인찍는데 이용될 수도 있다. 또한 이 관점으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보육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대다수의 교사를 설명하지 못하게 된다.

내가 보기에 이 사건의 원인은 한 개인의 부도덕함이나 보육교사의 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국가가 취해온 보육정책과 스스로 애를 키울 수 없는 사회구조에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점점 혼자 벌어서는 먹고 살지 못하게 되어 버렸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맞벌이를 해야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핵가족 사회가 되어 버린 현 시점에서 사람들은 자기 손으로 애를 키우지 못하고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서 키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애를 맡겨야 하는 사람들은 늘어나는데, 애를 맡아서 키울 사람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 문제를 국가와 지방정부가 나서서 국․ 공립 어린이집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어린이집의 설립을 장려하고 그곳에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국가는 훨씬 적은 예산으로 단기간에 손쉽게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과거에 사립학교를 통해서 중등교육의 보편화를 이루려고 했던 것과 대동소이하다.

이제 우리는 부도덕한 한 개인을 비난하는데 힘을 쏟을 게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의 보육정책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내 아이만 국․ 공립 어린이집에 보내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같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조건에 더욱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사건으로 내 아이를 맡기고 있는 교사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며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교사들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은 어떨까? 일을 안 하면 먹고 살 수 없어서 아이를 맡겨야 하는 사회보다 적게 일하면서 자기 아이를 자기 손으로 키울 수 있는 사회를 꿈꿔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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