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일하게 군대가 없는 나라가 중미의 코스타리카입니다. 이 나라에 없는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교도소에 담장이 없답니다. 교도소는 조그만 주택처럼 생겼는데, 수감자들이 죄수복이 아닌 일상복을 입고 생활하며, 칼과 가위 등 위험한 도구를 사용하는 직업교육도 받고,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의 교육도 받을 수 있다는 군요. 이 나라에선 범죄자가 되는 중요한 원인이 자신에게 어떤 인권이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인간은 모두 올바른 삶을 영위할 권리를 타고 납니다. 현실에서는 소중한 존재로서의 자신을 인정하기가 어렵죠.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기에 더욱 어렵죠. 남들이 아껴주지 않는 자신을 스스로 아끼는 사람이 되기도 힘들죠. 하지만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고 온전히 사람, 그 자체가 소중한 존재죠. 이렇게 수감자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존중하며 이를 체감시켜 정착시킴으로 갱생과 사회 복귀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범죄자가 모범적 시민이 되기 위한 첫걸음은 자기에 대한 인식과 자기 평가, 자기 긍정성이라고 인식한 것이죠. 그 결과 교도소 내에서 사고나 탈출 등이 거의 없고 재범률은 20%에 불과하다는 군요.

건강도 이와 같습니다.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가장 밑바탕이 되는 것은 자기 인식, 자기 평가, 자기 긍정이라는 거죠. 자기 인식은 지금 자신의 상태를 치밀하게 관찰하여 지금의 상황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기 평가는 이러한 상태를 초래한 원인과 그 상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구요. 자기 긍정은 현 상황의 극복은 자기 자신의 의지와 행동에 달려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헤쳐 나갈 힘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자각입니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질병에 걸린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왜소해 보이죠. 바로 그 지점에서 자신의 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비록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일지라도 그 몸이 있기에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자기 인식이 필요합니다.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든지 소중한 자신의 몸이 이만큼이나 따라와 주었기 때문에 자기가 존재할 수 있었다고 자신의 몸을 위로해야 합니다. 따뜻한 손길로 몸을 감싸주어야 합니다. 질병의 극복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자기 인식에 기초한 자기 긍정이 있냐, 없냐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50대 남성 두 분에게 똑같이 중풍 곧 뇌경색이 왔습니다. 한쪽 팔과 다리를 못 쓰게 되었고 말도 어눌해졌습니다. 큰 병원에서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습니다.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손발은 자유롭지 못하고 말도 잘 안 나옵니다. 제가 본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의기소침해져서 방에서 잘 나오려 하지 않고 부인에게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킵니다. 1년이 넘어갔지만 아직도 손발을 잘 쓰지 못합니다. 다른 한 분은 손이 쥐어지지 않기에 고무공 쥐기를 하고, 팔이 올라가지 않기에 아령 들기 운동을 쉬지 않습니다. 남들이 보든 말든 열심히 걷기 운동을 하였습니다. 6개월 만에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몰라보게 부드러워진 손가락과 힘 있는 걸음걸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꼭 중풍 환자에게만 이럴까요? 오십견, 디스크, 퇴행성관절염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신경정신과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까지 모든 환자에게 이런 차이는 언제나 발견됩니다. 나는 나를 가장 잘 알고 있기에 나를 가장 잘 조종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좋든 싫든 그것이 자기 자신이므로 그 자체를 인정하고 끌어안고 가야 할 자신의 몸입니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가장 아껴줘야 할 자신의 몸입니다. 자신의 몸을 사랑해주세요. 건강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입니다.

이정우 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