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결/사-박두규(朴斗圭)

 
현재 이 시대의 문명이 보여주는 모순과 위기를 감지한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생명평화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생명평화운동은 조금씩 다른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기농을 매개로, 또는 대안학교를 통해, 혹은 종교적 관점에서 또는 학문적 접근에서, 그리고 정치적, 사상적, 문화 예술적 관점에서 참으로 다양한 집단과 단체, 개인들이 생명평화를 말하고 있다. 이것은 생명의 존귀함을 부정하거나 평화를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문제는 이 생명평화를 얼마나‘나’개인의 구체적 삶으로 인식하느냐 이며, 생활 속에서 얼마나 깊고 절실하게 느끼고 또 구체적으로 살아내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인류는 현대에 이르는 동안 꾸준히 과학과 산업을 발전시켜왔고 그 속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함께 일상의 편리와 물질의 풍요를 얻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그러한 물량주의와 속도주의, 경쟁주의 속에서 인간의‘욕심’또한 꾸준히 키워왔다. 그리고 그 욕심은 도를 넘어‘탐욕’의 수준에 이르렀고 그 탐욕은 이미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크고 작은 사건 사고의 진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면서 서서히 우리의 마음과 영혼은 천박해졌고 인문학의 저조를 가져왔으며 자신을 반성하고 성찰하지 않는 오만한 자아를 만들어 왔다. 이것이 오늘날 자본주의 문명의 현주소다. 자본 중심의 사회가 되면서 인간성이 피폐되고 소유의 논리, 힘의 논리, 공격의 논리, 그 이익의 논리만이 개인과 그 집단과 그 국가를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생명평화결사’는 이러한 시대적, 문명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태동되었다. 그리고‘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러한 현대문명의 모순과 위기 속에서 대안적 삶의 운동으로 시작된 생명평화운동은 궁극적으로 모든 문제의 진원은‘나’이며‘나의 존재’에 대한 올바른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먼저 성찰과 수행을 통해서 우리의 존재론적 실체를 바르게 인식하고 나아가 모든 생명이 공존하고, 스스로 조화로운 삶을 살자는 운동이다.

진속불일불이(眞俗不一不二)라는 말이 있다. 이는 생명평화적 관점에서 본다면 眞은 자연의 질서요, 俗은 인간의 질서라고 할 수 있으며 본래 인간의 질서와 자연의 질서는 현상적으로는 다르지만(不一)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不二)는 말로 생각할 수 있다. 생명평화운동은 이 자연의 순환질서와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며 그 자체가 인간성을 회복하고 인간의 질서를 바르게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을 우리의 구체적 현실 속에서 구현해내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껏 추구해온 편리와 부와 욕망의 반대편에서 나를 성찰해야 하며 그것을 나눌 수 있어야 하고‘나’를 존재하게 해주는 삼라만상에 대한 고마움을 구체적 삶으로 늘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단순 소박한 삶’을 지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의 삶의 시각을 교정하고 가치관을 수정해서 내 삶의 구체적 생활세계를 변화시켜야 하며 궁극적으로 나를 변화시켜야 한다. 다시 말하면‘나’를 혁명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늘 사회의 변혁을 꿈꾸며 이런 일도 하고 저런 일도 해왔지만, 진정으로 세상을 바꾸려면 나를 바꾸려는 노력과 함께 하지 않으면 헛수고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는 것이다. 길은 내가 감으로써 생겨나듯이 이것이 진실이고 스스로 절박하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은 그 길을 갈 것이고 길은 스스로 만들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두규(朴斗圭)
시인. 현재‘한국작가회의’이사.‘지리산人’편집인.‘국시모 지리산사람들’대표.‘생명평화결사’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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