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현
현대병원 원장
어린이집 교사의 폭력 사건으로 온 나라가 또 떠들썩하다. 누가 보더라도 그 어린이집과 교사가 잘못한 일이다. 그런데 예외적인 ‘사고’로 끝낼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정도가 문제일 뿐 다른 데서도 비슷한 일이 또 있을 것이라는 소리가 많다.

어떻게 할지 여러 의견이 쏟아져 나온다. 먼저 감독과 처벌을 강화하자는 의견이다. CCTV를 더 많이 설치하자는 것이 같은 맥락이다. 크게 보면 평가와 인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도 같은 문제의식이다.

두 번째는 자격과 훈련, 교육을 더 엄격하게 하자는 의견이다. 훈련과정을 제대로 거친 사람이 일을 맡게 하고, 인성과 윤리교육 등 보수교육을 강화하자는 요구이다.

위 의견과 달리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 세 번째 의견이다. 기관과 기관 종사자의 수준이 높아지고 보육의 질이 좋아지려면 일하는 조건을 바꿔야 한다. 임금과 근무시간 문제가 제일 먼저 나온다. 아예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좀 더 근본적이어야 한다. 사건, 사고와 들끓는 여론, 급한 대책, 그리고 부실한 결과는 악순환의 연쇄다.

우선 어린이집만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문제와 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채 한 해도 지나지 않은 장성요양병원의 화재 참사를 벌써 잊을 수 없다.

자기 판단과 의사 표현이 충분치 않고 약자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어린이와 같다. 의식이나 인식 능력이 없으면 아예 어떤 반응도 보일 수 없다. 지금 그런 처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복지 서비스를 받는다.
이런 수요와 대상자가 더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급하고 또 답답하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치료, 장기요양,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각해 보라.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같이 준비해야 할 기본 방침 또는 틀이다. 기조라 해도 좋고 철학이라 해도 상관없다. 우리 사회는 앞으로 이런 ‘휴먼 서비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

두 가지 흐름이 있는데, 하나는 규정과 감독, 처벌에 의존하는 방법으로, ‘관료 모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소비자와 시장을 강조하는 것으로, ‘시장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평가를 잘하고 정보를 제공해서, 좋은 곳이 경쟁 속에서 살아남게 한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관료 모델과 시장 모델이 나란히 또는 혼합되어 쓰인다. 어느 쪽이든 기대할 수 있는 결과가 불완전하다는 것이 문제다.

어린이집 애들에게 애정과 정성을 담아 밥을 먹이는지 CCTV로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또, 병원 직원에게 공감과 진심을 담아 환자를 대하라고 강요할 방법은 없다. 최저 수준과 기본이라도 지키면 좋겠다는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을 상대하는 서비스를 감독과 처벌에만 의존하기에는 빈틈이 너무 많다.

앞으로 준비할 대책은 두 가지 방향을 일부 포함해야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에 대한 복지 서비스를 ‘탈상품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공부문을 양적, 질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민간 기관에서도 일대일의 수익 구조를 끊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 한 사람 돈을 받는 것보다는 총액 예산으로 재정을 쓰는 쪽이 공공성의 공간이 더 크다.

공공의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구조가 사람을 바꾸기 때문인 것도 있다. 지금 일하는 사람들의 동기를 바꿀 뿐 아니라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도 달라진다. 나아가 ‘소비자’의 관심이나 가치, 해석에도 영향을 미친다.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익숙한 모형과 결별하고 새로운 경로를 선택한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의미가 작지 않다. 이번 사건이 충격적일수록 지금을 이해하고 미래를 구상하는 논의가 중요하다. 곧 닥칠 더 큰 딜레마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사회적 틀을 논의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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