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우
민들레하나한의원장
감기에 못지 않게 흔한 질병은 치질이다. 한국인 2명 중 1명이 걸린다. 임산부에게 많지만,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진 현대에 들어 더욱 흔해졌다. 치질의 치(痔)자는 질병을 나타내는 병질엄부(疒)에 내밀었다는 뜻을 나타내는 ‘우뚝솟을 치(峙)’가 결합한 것이다. 이름처럼 치질은 직장 끝에 있는 작은 혈관이 뭉쳐서 일부가 튀어 오른 상태를 일컫는다. 치질이 있으면 대변을 볼 때 붉은 피가 묻어 나오기도 하고 흐르기도 한다. 배변 후에는 잔변감이 있으며 가렵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며 항문에 불룩 솟은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사실 치질은 현생인류가 손을 사용하기 위해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생길 수밖에 없는 병이다. 네발짐승은 항문과 심장의 높이가 같아서 순환에 장애가 없으므로 치질이 거의 없다.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더욱 쉽게 치질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 대장과 소장이 튼튼하지 않은 사람과 폐 기능이 좋지 않거나 피부 호흡작용이 수월하지 않은 사람이다.

계절별로는 겨울에 가장 많이 병원을 찾는다. 겨울은 춥고 만물이 응축하는 계절이다. 추우면 웅크리고 혈관 또한 쉽게 뭉친다. ‘소통하지 않으면 아픔이 생긴다

(不通則痛)’는 말처럼, 혈관이 응어리지고 막히면 통증이 생긴다. 치질도 막혀서 생기는 질병 중 하나다. 소통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치질 치료는 외과적 수술이 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만이 능사는 아니다. 수술로 잘라내거나 태워버린다 해도 원인이 남아있는 한 재발할 가능성이 많다. 근본을 다스리는 것이 순리에 맞다. 대장과 소장이 부실한 사람에게 과음, 과식은 정말 좋지 않다. 먹은 음식이 오랫동안 머물러 열이 쌓이면 직장의 혈액 순환에 악영향을 준다. 거기다가 맵거나 기름진 음식, 밀가루 음식의 과도한 섭취는 불을 들고 기름 속으로 뛰어드는 격이다.

순리는 언제나 당연한 것에서 시작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며 변비를 해소한다. 배변 시 5분 이상 앉아 있거나 과도하게 힘을 주지 말아야 한다. 부드러운 면내의를 입고 항문에 자극을 주지 말아야 하며 배변 후 온수로 씻는다. 음식으로는 통곡물류와 채소, 과일이 좋으며 특히 시금치가 효과적이다. 항문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괄약근 조이기 운동과 한쪽 발로 뜀뛰기 운동을 자주 한다. 이 운동은 변비를 막고 대변을 잘 누게 하므로 치질 치료에 좋다. 특히 앉아서 일하는 분들은 자주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걷기 운동으로 장 기능을 원활케 하여야 한다. 한 자세로 오랫동안 서 있거나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것은 피해야 한다. 누워 있을 때도 다리는 머리보다 위로 높여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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