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칼럼-삶 그리고 죽음

▲ 이정우
민들레하나한의원장
건강이 목적인 삶은 누추하다. 풍부한 생활은 건강을 기반으로 이룩되지만, 건강은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새해 덕담이 '건강하세요'라는 건 그걸 넘어 무엇을 이루라는 격려의 말일 뿐이다.

새해 결심으로 금연 금주, 운동, 체중조절 등을 세우신 분 중에는 지금쯤 포기하신 분도 계실 것이다. "에이, 지금도 잘살고 있는데 뭐. 이대로 살다 가면 돼지." "아무리 해봤자 얼마나 달라지겠어. 그냥 편히 살자." "다음에 날씨 좀 따뜻해지면 시작하자. 갑자기 했다가 역효과 나지. 암. 그렇지." 이런 자기 합리화를 거쳐 작년의 습관 그대로 뭉개고 계신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왜 이렇게 힘들까? 그것은 중력 가진 모든 물체의 고유한 속성인 '관성의 법칙' 때문이다. 아무리 진보를 좋아하고 보수는 쳐다도 안 보는 사람일지라도 '하던 대로 하고 싶은' 습관, 관성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다. 더구나 체중이 보통 이상이라면 더 강한 관성을 갖고 있다. 익히 알고 있는 물리의 법칙이다.

막강한 관성을 깨기 위해서는 그것보다 더 큰 힘이 필요하다. 이 힘으로 습관을 깨고 관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자유의 성취, 즉 혁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어쩌지 못하는 몸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거부할 수 없는 몸의 흐름을 만들어내어 익숙해지면 그것이 관성이 되면 나중은 쉽다. 그럼 그렇게 만들기 힘든 몸의 흐름을 어떻게 만들까?


▲ 사진출처: http://us.clipdealer.com

자신의 몸을 변화하는 지금이 겨울임을 상기하자. 겨울은 천지자연이 자신의 기운을 속으로 꽁꽁 감추고 저장하는 시기이다. 식물은 잎을 버리고 뿌리에 기운을 모아 봄을 기약하며, 동물은 겨울잠을 자듯 기운의 소모를 최소화한다. 지금은 우리 몸의 기운을 안으로 거두어들이고 보관하는 시기이다.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것처럼 활동을 작게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겨울의 몸 조리법이다. 이때 몸을 과도하게 움직여 땀을 내거나 술이나 음식을 지나치게 먹거나 마음을 분주히 쓰는 것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것으로 몸이 쉽게 손상된다. 겨울철 몸의 기운이 손상되면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일 봄에 기력이 없어지고 비염이나 춘곤증에 시달리며 쉽게 소화불량이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겨울에는 쉬운 것부터 여유롭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해야 한다. 자기 전에 요 위에서 무릎 꿇고 팔굽혀펴기, 손발을 허공에서 흔들고 털어주기, 발바닥 손바닥 박수치기, 편안히 누워 발끝에 힘주고 들어 올리기, 다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 배에 힘주기 등의 동작을 해보자. 한두 가지만이라도 시작하자. 그리고 자고 일어나자마자 다시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저녁에 자기 전과 아침에 일어나서 이렇게 움직이면 하루의 시작과 끝을 움직이는 것이니 하루 종일 부드러운 몸으로 살게 된다. 실재 해보면 어렵지 않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지만,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습관처럼 굳어진 관성을 깨는 도끼는 반복이다. 반복을 통한 일관성의 획득은 몸을 변화시켜 삶을 건강하게 한다. 그러므로 쉬운 것의 반복은 근본적인 성취를 불러오는 징검다리다. 곰마저 인간으로 바꾼 100일만 반복하면 관성이 붙기 시작한다. 백일은 신체 리듬을 바꾸는 최소 기간이다. 백일만 버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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