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윤호 문학박사,
순천교육공동체
공동대표
사주팔자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매년 띠풀이 하는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재밌게 듣는다. 지천명을 넘기고 이순 길에 접어들면서, 새해에 요란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포기했지만 늘 해오던 건강과 안정과 평화를 화두로 문안인사를 두루 나눴다. 올해도 여전히 애써야 할 노력의 하나가 독서요, 인문학 공부다.

2015년 새해를 맞아 몇가지 바람을 열거해 본다. 인문학의 첫걸음은 ‘사람이냐, 짐승이냐’이다.

짐승은 네 발로 몸의 균형을 잡고 땅을 걷는 특징이 있다. 하여 내리막이나 오르막에도 여간해서 넘어지지 않고, 지칠 줄 모른다. 걷거나 달려도 피곤한 줄 모르고, 땅에서 나오는 소득으로 배불리 먹으면 아무 곳에서나 쉽게 휴식을 취한다.

그러나 사람은 돌이 지나며 두 발로 산다. 기우뚱 거리는 몸의 균형을 잡으려 부단히 노력한 뒤부터 앞사람도 보고, 때로 하늘과 먼 산을 관망하며 사람의 길을 찾아간다. 그리고 사람에겐 생각하는 창이 열린다. 그래서 영물적 본성을 가졌다 한다. 동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명제가 붙게 되었다. 쉽지 않는 그 길을 우리는 4대 철학자에게 의존하여 찾아가고 있다.

석가는 일찍 깨우침을 얻어 제자들에게 하늘의 소리를 전했다. 오래도록 우리에게 내려온 <반야심경>, <다라니경>이 제자들이 들었던 소리였다.

공자 역시 주옥같은 말씀을 남겼는데, 제자들이 정리해서 전해주는 책이 <논어>이다.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그의 제자 플라톤이 잘 정리해준 책이 <소크라테스>이고, 예수의 제자들이 정리해서 전해주는
<성경> 등, 4대 철학자의 말씀을 우리는 대표 철학으로 꼽고, 고전으로 읽는다.

결국 석가의 자비, 공자의 인(仁), 소크라테스의 자아, 예수의 사랑의 근원은 무엇인가?

그것은 모두가 사람들 길 찾기의 하늘 소리였다. 그런데 네 사람의 설법이 무척 어렵다. 그래서 요리사가 필요하다. 오감을 살려 영양분과 입맛을 살려내는 어머니처럼 정신적 요리사가 문학가이다. 문학가의 양념재료는 배경이 되는 역사다. 거기에 차원을 높이는 예술의 조미료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오래도록 읽히며 전해오는 책을 고전이라 하는데, 고전은 결국 문학, 철학, 역사와 예술을 망라한 인문학의 기본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인문학은 다름 아닌 사람만의 삶이다. 동물에서 벗어나서 하늘의 뜻에 순응하고, 이웃들을 살피는 고유의 인간 필살기이다.

2015년에는 우리 모두 사람다운, 사람의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20세기가 양(量)을 중시하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질(質)의 시대이다. 이제 직업도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가?’를 찾는 시대이다. 그런데 여전히 주인처럼 살지 않고, 품꾼처럼 살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 봐야할 것이다.

공자는 임금다운 임금에게 충성하고 어른다운 어른에게 효하라고 했지, 아무에게나 충하고 효하라 하지 않았다. 우리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책임자들이 모두 주인정신으로 살고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다.

선생인 내 자신에게도 묻는다. 가정교사인지, 아니면 아버지인지? 시간 채우고 조건 맞지 않으면 언제든 떠나가는 가정교사와 평생 인연의 끈을 결코 뗄 수 없는 아버지로서의 교육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두렵다. 참 선생, 참 어른, 참 사회인 그리고 우리는 후배들에게 참 좋은 선배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여전히 ‘나만, 내 가족만 배불리 먹고 살면 그 뿐인 세상을, 동물적 존재감으로 살 것인가?’ 에 대한 심오한 철학의 끈을 놓지 않고, 한 해를 살아야겠다. 내게 맡겨진 사명, 아버지의 삶으로 대할 것을 다짐, 또 다짐하는 새해 벽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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