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호
순천전자고등학교
한국사 교사
갑오년이 가고 을미년이 밝아온 지 며칠 지났다.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갑오년은 어떻게 남았을까?

뭐니 뭐니해도 세월호 침몰의 아픈 기억과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상징되는 갑질이 난무하던 세태가 가장 기억에 남을 듯하다.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언론매체와 세간의 소문들로도 무성하여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땅콩회항 사건이 이렇게 오랫동안 크게 부각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청와대 문서유출사건을 덮기 위한 혐의가 있긴 하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국민들이 어이없는 갑질에 당해왔던 설움이 이 사건에 동병상련처럼 공감하여 크게 반응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을미년에는 ‘갑질’에 설움 받았던 사람들이 눈물을 닦고 허리를 펼 수 있기를, 그래서 수많은 ‘을’들이 행복한 한 해였다고 회고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교수신문에서 2014년 희망의 사자성어는 전미개오(轉迷開悟), 즉 거짓과 번뇌로 부터 벗어나 깨우침을 얻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해를 마치며 선정한 사자성어는 지록위마(指鹿爲馬), 즉 사슴을 일컬어 말이라고 하는 철저한 왜곡의 세상이었다는 것이다.  2015년의 희망의 사자성어는 정본청원(正本淸源)이 선정됐다.

근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이다. 올해에는 제발 근본 없는 사람들이 날뛰어 그나마 제대로 굴러가는 것들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썩은 물이 내려와 수원지를 오염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여담이지만 지난 몇 달 전 시론에서 필자가 일베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지난 12월 10일에 익산에서 재미교포 신은미가 북한 현실을 말하는 중에 일베를 추종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냄비폭탄’을 만들어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자신이 윤봉길의사처럼 우리 조국을 위해서 한 일이라고 착각한 모양인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신은미가 쓴 책을 읽어본 필자로서도 신은미는 책 어디에서도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쓰지 않았는데 종편채널에서 대대적으로 거짓보도를 한  후에 벌어졌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마녀 사냥 같은 종북타령과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듯한 언사들은 도무지 연결이 안 되고 겉돌기만 한다. 남북대화의 의지가 있다면 종북타령을 그만두고 소아병적인 편가르기부터 그만두어야 한다.

필자는 단언컨대 우리 민족의 대부분 문제는 분단에서 비롯된다고 확신하고 있다.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올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정부가 플랜A만 있고 잘 안 되었을 때 쓸 수 있는 플랜B를 준비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우리가 수출이 잘 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 경쟁력에서 밀릴지 모르기 때문에 또 다른 가능성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교류와 협력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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