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등학교 6학년인 수영이(가명)예요. 저희 부모님은 지난해에 이혼했어요. 비록 두 분이 같이 살지는 않지만 전 아빠, 엄마를 모두 사랑하기 때문에 잘 참고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엄마가 걱정이에요. 꼭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자고, 기운이 없어서 집안일도 잘 못하세요. 그래서 제가 밥을 하거나 청소, 빨래를 많이 거들어야 해요. 가끔 아빠를 만나면 저에게 잘 해 주지만 좀 불만스러워요. 좀 더 엄마를 걱정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말이에요. 지금처럼 저 혼자 엄마를 걱정하려니 힘들어요. 학교 끝나면 엄마가 걱정되어 친구 집에 놀러 가지도 못하고 집에 와야 해요. 가끔은 저도 친구들처럼 지내고 싶어요. 이모가 생각날 때마다 들러주긴 하지만, 집에는 엄마랑 저밖에 없기 때문에 항상 마음이 무거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군것질도 하고, 놀러 다니고 싶을 텐데, 엄마 걱정에 바로 집으로 달려가곤 하는 수영이 모습이 떠올랐어요. 아빠가 집을 떠나신 후에 수영이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어른스럽게 엄마를 도우려 애쓰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럽고 대견하게 느껴지네요.

지금과 같이 든든한 엄마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하지만 선생님은 수영이의 작은 어깨가 너무 무겁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수영이의 나이 때에 해야 할 일은, 집에서 엄마를 돕는 일도 필요하지만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 놀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일이거든요. 이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아요. 비록 떨어져 있지만 아빠에게나 친절한 이모에게 수영이의 마음을 좀 털어 놓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수영이가 대견스럽게 생활을 잘하고 있기 때문에 주위 어른들은 수영이에게 지금 어떤 고민이 있는지 잘 모를 수 있거든요.

수영이가 지금과 같이 힘든 것을 꾹 참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면, 스트레스가 너무 많이 쌓여서 정작 해야 할 일들을 못하게 될 수 있어요. 망설이지 말고 아빠나 이모와 의논하도록 하세요.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을 미안해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주실 거예요.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거예요. 수영이 주위에는 수영이를 사랑하고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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